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이 39억원의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정작 ‘시야 사각·음향 불량’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은 무대가 보이지 않는다, 배우의 발이 사라진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예술계는 공간 디자인만 멋지게 꾸민 실패한 리모델링이라고 질타한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공연 상황을 지켜본 뒤 개선하겠다는 한가한 답만 내놓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도 미루는 태도는 행정의 책임 회피이며, 시민의 세금을 실험비로 삼는 무책임한 처사다.

공연예술 공간의 본질은 ‘보이고 들리는 것’이다. 관객의 시야 확보와 음향 품질은 예술 향유 최소한의 전제다. 그런데도 시는 시각과 청각의 기본 요소보다 공간 디자인에 치중해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공연 전문가의 의견이나 검증 절차 없이 공모·설계·시공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결국, 부실한 절차가 ‘보이지 않는 무대’, ‘들리지 않는 공연장’을 만들어냈다. 시민의 문화권을 침해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사후 대응의 안일함이다. 시는 전문가 자문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개선 일정조차 내놓지 않고, 오히려 내년 하반기 대관 공고를 내는 등 ‘운영 우선, 책임 뒷순위’의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 시민 불만이 쏟아지는 공연장을 그대로 대관한다는 것은, 문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외면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문화시설의 품질은 단순히 건축 완공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경험과 만족도가 핵심이다. 청주시는 시민이 체감하는 공공문화시설이라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우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독립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리모델링 과정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설계·시공·감리 단계에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시야와 음향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청주시의 모든 문화 환경 사업에도 공연 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문화시설은 ‘보여주기 행정’의 전시장이 아니라,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공공자산이다. 청주예당 소공연장의 리모델링 실패는 단순한 공사 하자가 아니라, 행정의 감각 부재와 검증 시스템의 붕괴가 낳은 결과다. “지켜본다”는 말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시는 지금이라도 시민 앞에 명확한 개선 일정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공공의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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