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화재로 왼손 녹아… 수차례 자살시도
남편 떠나고 구두수선공으로 제2의 인생
"포기않고 노력하면 안되는 것 없더라"

▲ 충남 서산시 동문동 동부시장 입구에서 '구두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강석란씨가 손님이 맡겨 놓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서산=충청일보 김정기기자]◇절망에서 희망으로
 

 어릴 적 화재로 손목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서 겨우 구한 엄지손가락 한 마디로 구두수선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산시 동문동 동부시장 입구에서 '구두대학병원'을 운영하는 강석란(60·여)씨.
 강 씨는 왼손이 온전치 못해 거의 한 손으로 구두를 닦거나 고친다.


 강씨의 왼손은 화재의 후유증으로 새끼손가락 같은 엄지만 붙은 채 뭉그러졌고, 그마저 바늘에 찔리고 짓찧겨 곳곳에 멍이 들었다.


 강씨는 초교 3년이던 지난 1964년 화재로 온몸에 화상을 입어 왼손이 녹아버렸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짓궂은 행동에 상처를 받아 세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 했던 강 씨는 친구의 권유로 신앙을 갖게 됐고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됐다.


 그후 구두닦이 남편과 결혼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뤘으나 남편마저 10여년 전 세상을 떠났다.


 한순간에 가장이 된 강씨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구두수선에 나섰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하다 보니 다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구두를 망쳐놨다며 쓴소리도 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닦은 구두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어 온 정성을 다해 구두를 닦았고, 구두를 고친 뒤에도 몇 번이나 확인하며 꼼꼼하게 손질을 했다. 덕분에 지금은 단골도 늘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 강석란씨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나의 왼손'이란 책을 들어보이며 흐뭇해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언제나 힘이 돼 준 아들은 목사가 됐고, 딸은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던 중 역시 목사가 된 사위와 결혼을 했다.

또한 얼마전 초교 동창이자 작가인 문영숙 씨를 통해 '나의 왼손'이라는 책으로 강씨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강씨는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로 인해 용기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 이야기를 통해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보람인지 모른다"며 "남은 인생 하루하루를 주님께 감사드리며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예쁘고 해맑은 소녀 강석란'


 충남 서산시 팔봉면의 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강씨는 어려서부터 자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할 일은 스스로 잘 해내 형제들 중에서도 유난히 부모님의 귀여움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렇게 예쁘고 해맑은 소녀의 삶이 어느날 불의의 화재로 인해 송두리째 뒤바뀌는 비운을 맞게된다.


 뼛속까지 녹아버릴 정도의 깊은 화상과 어린소녀의 꿈마저 빼앗아버린 사고는 어린 강씨를 절망과 고통의 나날속에서 몸부림치게 했다. 꽃다운 나이에 자살이라는 최후의 선택까지 생각하게 했던 강씨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이 생기도록 이끌어 준것은 교회를 나가면서부터 예수님을 믿고 의지한 신앙의 힘이었다.

강씨는 "하나님은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받는 자를 환영한다는 친구의 말에 교회를 나가게 됐다"며 "교회를 나가면서부터 행복과 감사라는 단어가 가슴에 들어왔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하나님은 나의 지친 마음의 상처를 싸매 주셨다"며 "교회에 나가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고 하루 하루 살아있는 것을 기쁘게 여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강석란씨의 가족사진.

에필로그

 ◇삶의 새로운 희망을 찾다


 어릴적 화재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마음의 상처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한 삶을 살아온 강석란씨 사연은 삶에 지쳐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절망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 불꽃같은 삶을 살아온 강석란씨의 사연은 한편의 휴먼드라마와 같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여러 차례의 자살충동을 극복하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은 강석란씨의 인생 역정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 6월 서산시에서는 강석란씨의 이런 인생 역정을 높이 평가해 강씨가 지은 '나의왼손'을 범시민 책읽기 운동 도서로 선정하고 '나의 왼손' 독후감 공모와 독서 토론회, 작가 초청 강연회 등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강석란씨의 지나온 삶의 이야기가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어 주위에선 강씨를 '희망 전도사'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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