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김규철기자]중년을 넘어서면 사람마다 삶의 향기를 풍겨낸다. 어떤 이는 아름다운 향기를, 어떤 이는 사랑이 넘치는 향기를, 또 어떤 이는 자신만만한 향기를 내기도 한다. 이는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대변하는 것으로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어린 시절 부모님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습을 보며 성장한 후 평생을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인물이 있어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맡아온 한상길(62) 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과 봉사로 일관된 삶을 살아왔다. 의용소방대장이었던 부친께서는 동네의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고 이를 보며 성장한 한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배운 봉사의 길을 실천하고 있다. 한 회장이 처음 봉사를 시작했던 1980년대에도 수천명의 소년소녀가장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한 회장은 팔을 걷어 부치고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항상 나라의 미래는 청소년들에게 있고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리더자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해야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한 회장은 "다른 큰 기업들처럼 물질적인 도움을 많이 줄 수는 없었지만 관대한 마음으로 서로 이야기 나누고 만나서 행사도 하고 함께 글짓기, 그림도 그려보고 여행도 가보고 해보니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것을 보고 행복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 회장의 이웃돕기는 지금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줬고 이제는 30~40대가 돼 한 회장의 뒤를 잇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금액은 지난 2011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받을 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올린 공적조서에서 밝혀진 것만 1억 5000여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평생을 어려운 이웃을 도와 온 그의 행적으로 볼 때 최소한 15억 원 이상일 것으로 보이고 있어 그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 저도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큰 돈을 벌지 못하더라고 마음의 부자, 정신의 부자가 행복하고 좋다"는 한 회장은 "함께 한다는 것이 너무 좋지 않은가.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 한다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도 기부와 봉사의 길을 계속 걷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가족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신다면 
가족보다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열성적 사랑을 표현하는 한 회장은 가족에게 "가끔 자기 전에 가족에 대한 반성을 합니다. 처음 저와 결혼을 하고 신혼생활을 할 때 이곳에서 적응하며 힘들었는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사과상자를 사다주고 가족에게는 봉지 사과를 사다주는 것을 의아해 보였겠죠. 그런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항상 갖고 있습니다"라며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을 피력했다.
 "이제는 교사가 된 저희 딸이 중앙여중에 다닐 때였어요.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것이 배를 지어 경양식당이 유행했었는데 친구들이 와서 그런 곳을 다녀와 자랑을 했답니다. 어린아이였지만 반장이니까 그런 친구들을 보며 의기소침하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더라구요. 딸아이가 집에 와서 저에게는 말은 못하고 엄마에게 우리집은 가난해서 외식을 안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 아직도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후 제게 철없이 투정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지만 아직도 미안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하던 한 회장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활동 
독립운동가인 한훈 선생의 손자인 한상길 회장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을 비롯, 청주지방검찰청 범죄예방협의회장,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충북도협의회 이사 겸 수석 부회장, 청주지법 민사가사조정위원회 사무총장 등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에 앞장서왔으며 올해 4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충북지구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한 회장은 민주평통에 몸담게 되면서 전임자들과는 달리 새터민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민주평통 부의장을 맡게 된 후 파악해보니 충북도내에 900여명, 청주에만 450여명이 살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2만 7000여명이나 되더군요. 남한사회에 빨리 적응하고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만 북한 말투를 쓴다는 이유로 식당에서조차 무시당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는 한 회장은 "사실 저분들도 똑같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쓰는 유일하게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동포인데 그런 이질감을 갖고 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한 회장은 "우선적으로 그분들에게 어려움을 해소시켜주고 도와줘야할 부분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어려운 이웃은 새터민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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