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에듀챔버오케스트라

▲ 에듀챔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30~7시까지 충북도교육청 연습실에 보여 연습을 하고 있다.

2007년 창단… 현재 30명으로 구성
"건조한 일상 속 감성 교류 위해 활동"
매주 일요일 연습 매진… 4년만에 첫 연주회 '감동'
문화 소외지역 찾아 '재능 나눔'에도 열심
배현숙 악장 "포기 않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

 

[충청일보 정현아기자]충북 영동의 어느 작은 학교.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청아한 성악가의 목소리가 강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학생들을 휘감는다.
 

"우와~"
 

작은 두 손을 꼭 쥐고 음악을 감상하는 학생들의 눈에 소규모 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 멋진 클라리넷 연주를 선보이는 같은 반 친구의 모습이 들어온다.
 

작은 시골마을을 찾아 음악을 선물하는 '에듀챔버오케스트라(이하 에듀챔버)'의 사랑의 음악회 모습이다. 에듀챔버는 충북도교육청 소속 공무원으로 구성 된 오케스트라다. 회계, 시설보완, 계약 등 교육행정 업무를 주로 하는 이들이 음악이 멀리있는 아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뭉쳤다.
 

지난 2일 에듀챔버 악장이자 청주 중앙중학교 행정실장인 배현숙씨를 만났다.
 

"저희 교육행정직들은 서류와 싸움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건조한 일상생활 속에서 감성을 주물러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지난 2007년 에듀챔버를 만들게 됐어요."
 

이 오케스트라 단원은 총 30명이다. 에듀챔버를 제1·2·3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플룻, 클라리넷, 타악기,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하기까지 뭐하나 쉬운게 없었다.
 

배 악장은 단원모집부터 연주회까지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초창기에는 경력자를 모집하려고 했는데,  클래식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직원이 없었어요. 그래서 '배우면서 음악을 나누자'라고 결정하고 레슨과 연주를 병행했어요. 다행히 배우려는 사람은 많아서 지금까지 에듀챔버를 이끌게 됐어요."
 

'초보 연주자'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30분~7시 도교육청에 모여 연습에 매진, 오케스트라가 결성된지 4년이 훌쩍 넘어서야 창단 연주회를 열었다.
 

첫 연주회는 순탄치 않았다.
 

"2010년 11월 창단연주회를 했어요. 연주회 첫곡이 '군대행진곡'이었는데, 연주가 시작되려는 순간 어디선가 '짝'소리가 들렸어요. 황급히 무대 위를 살펴보니 몇몇 단원들이 갈라진 첼로를 들고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더라구요. 차가운 상태였던 첼로가 따뜻한 무대 조명을 받아 갈라졌어요. 마침 연주를 보러 온 관객중에 첼로를 가져온 사람이 있어 급하게 빌려 무사히 위기를 넘겼어요.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해요."
 

배 악장은 오케스트라 활동의 가장 좋은 점으로 '정신적 교감과 업무공유'를 꼽았다.
 

"단원 모두 같은 직종에 있다보니 다른 동호회 보다 대화가 잘 돼요.  보통 한 학교에 행정실장 한명이라 '나홀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아요. 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신적인 교감을 하고 업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죠."
 

에듀챔버 단원은 9급부터 6급까지, 2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7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배 악장은 눈빛만 봐도 단원들의 심리 상태를 읽는 '눈치 100단 고수'다.
 

"연습이 시작되면 감이 와요. '저 단원이 힘들어 하는구나', '쉬고 싶어 하는구나', '악기를 하면서 슬럼프에 빠졌구나' 등 느낄 수 있어요.  그때가 제가 나서야 할 상황인거죠. 음악에 대한 멘토가 아닌 선배로서 여자로서 언니로서 악기를 해본 사람으로서 아낌없는 조언을 해줘요."
 

그런 그가 가장 무서워 하는 말은  "저…드릴 말씀이 있는데…"다.
 

"7년간 많은 단원들이 그만두기도 했어요. 단원의 80%가 여자로 구성된만큼 일요일 저녁이면 아이엄마, 아내, 며느리의 역할을 해야 해 연습에 나온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임신과 출산으로 공백이 생기기도 해요. 인대가 끊어져 힘들어하는 단원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고, 육아휴직에 들어간 단원을 3년 동안 기다리기도 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간다는게 중요한거죠"
 

에듀챔버의 무대는 단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교사나 학생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다.
 

"저희는 음악을 즐기는 교사나 학생을 무대에 세워요. 교사 4명으로 구성된 '교사밴드'와 청주시의 초·중학생 15명으로 구성된 '직지 앙상블', 성악을 전공한 학생 등이 지난해 저희와 함께 연주회를 했어요"
 

전교생이 20여명인 농산촌 작은학교를 찾아가 '해피 스쿨 해피 뮤직' 연주회를 여는 등 음악을 나누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저희는 지원업무라 지원을 하면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는 못해요. 그러나 누구보다 어린이 교육에 열정이 있어요. 오케스트라를 통해 아이들과 직접 눈을 맞출 수 있고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해요."
 
 

30년전 스승 되찾아준 에듀챔버

  

배 악장이 오케스트라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
 

30여년전, 초등학교 3학년인 배 악장에게 바이올린을 권했던 박노승 선생님이다.
 

"아버지의 마음으로 단원들을 지도해 주실 분이 필요했어요. 인연이 끊어졌던 30년간의 세월이지만 '현숙이가 하는거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셨어요."
 

70세가 된 선생님은 단원들을 초등학생을 가르치듯 세심하게 가르쳤다.
 

음악을 포기하려는 직원에게 직접 찾아가 재능이 있다며 설득도 했다.
 

"지난해 작고하셨지만, 저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늘 "잘했어! 최고야!"라며 단원들을 기다려주셨어요. 마치 30년전 저에게 가르쳐주시던 것 처럼. 아직도 추운 겨울 연습에 지친 우리들에게 찐빵을 사주시고, 옛날이야기를 칠판에 그려가며 단원들을 다독이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라요."
 

폐암 투병생활을 하면서 에듀챔버를 챙기던 스승이었다.
 

"투병 사실을 숨기시고 항상 연습실에 오셔서 응원해주셨어요. 건강이 악화되자 초췌한 본인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셨는지 찾아뵙는 것을 불편해하시더라구요. 완쾌되면 단원들을 보러 오겠다고 하셨는데 지난해 작고하셨어요."
 

에듀챔버의 목표는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 음악이 멀리있는 학교, 음악을 사랑하는 교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도내 음악 영재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작은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 가슴속에 음악의 불씨를 넣어주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선생님에게 받은 이 음악의 불씨를 아이들에게 전해 줘야죠."

 

▲ [충청일보 권보람기자]배현숙 에듀챔버오케스트라 악장이 인터뷰를 하면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오늘의 우리는 기적입니다
배현숙 악장의 편지

 

한해의 끝에 다다르고 보니 지난 1년간의 고단했던 여정이 영화처럼 스쳐갑니다.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았고, 좌절할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보내주신 단원들의 위안과 격려에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족간의 여름휴가도 포기한채 땀을 나누고, 정을 나누었던 두 번의 여름 캠프와 많은 분의 응원으로 더욱 풍성해진 정기연주회는 너무도 감사한 기억입니다.
 

음표가 빡빡하다 못해 새까맣게 뿌려진 악보를 처음 받던날! 우리 모두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고단한 10개월간의 연습 끝에 우리는 모든 곡을 완성했고, 멋지게 연주를 해냈습니다.
 

우리의 엔딩곡인 'You raise me up'처럼 지칠고 힘들때마다 나를 일으켜세워준 힘이 음악이었기를….
 

그래서 내년엔 더 멋진 음악으로 나 자신도, 듣는이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준비가 됐기를 바래봅니다. 단원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기적입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