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아 반갑다" 청주수산시장 얼음창고 풍경
내부 영하 10℃ '냉랭'
6∼9월 성수기… 분주

▲ 박성호 청주수산시장주식회사 총무부장이 얼음창고에서 얼음 자루를 옮기고 있다.

[충청일보 정현아기자] 폭염이 반갑고,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30일 한낮 최고 기온이 33℃까지 치솟았다.

자연스럽게 머릿 속은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물 한잔으로 가득차기 마련인데,  '얼음'을 제조·판매하는 공장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직원들의 손이 분주해지고, 불쾌지수가 높을수록 작업 속도는 빨라진다.

찌는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던 30일 오후, 얼음 공장의 표정이 궁금해 충북 청주 흥덕구 봉명동 청주수산시장 얼음 창고 문을 두드렸다.    

출입문 손잡이에 있는 초록색 버튼을 누르니 문이 열리며 희뿌연 수증기들이 시야를 가린다.

영하 10℃ 의 창고에 들어서니 바깥세상과 전혀 다른 '겨울 왕국'이 따로 없다.

6~9월까지 성수기인 만큼 창고에는 크기, 종류별로 다양한 얼음자루들이 천장에 닿을 높이로 쌓여있다.

창고 한 구석에 남다른 '무게감'을 자랑하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 100cm, 세로 50cm 남짓한 직육면체 형태의 얼음 한덩이는 무게가  130kg에 달한다.

맞은편에는 칵테일 얼음 등 식용얼음들이 무게별로 2열 종대, 많게는 5열 종대로 모여 앉아 있다.

영하 20℃의 공간에서 하루종일 얼음을 떼어내고 분류하는 인부들은 어김없이 긴팔의 작업복과 장갑, 장화로 중무장한 모습이다.

이와 달리 주문을 받고 얼음을 판매하는 등 창고에 오래 머물지 않는 직원들은 반팔티에 여름용 긴 면바지를 입은 평범한 차림이다.

'위이잉~~~'

주문이 쉴 새 없이 밀려들면서, 창고 출입문이 자주 여닫히자 창고 기온이 상승했는지 큰 프로펠러가 요란하게 돌아가며 찬바람을 뿜어낸다.

"춥죠? 영하 20℃의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장비를 잘 갖춰 입고 작업하고 있어요. 안팎의 기온차가 40도 이상이니 냉방병도 조심해야 해요"

문득 여름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에게 이곳처럼 '꿀 알바'인 곳이 있을까 싶다.

더위를 피할 수 있으면서 돈도 벌수 있다니 말이다.

박성호 청주수산시장주식회사 총무부장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성수기일때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하는데, 아침 일찍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인지 성실히 나오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 아예 전담 직원을 두고 운영하고 있어요."

박 부장은 올 여름 전국을 강타했던 메르스 여파와 가뭄으로 휴가를 계획하는 시민들이 줄어 매출이 1/3가량 떨어졌다며 아쉬운 표정이다.

"얼음의 수요가 적어도 청주지역 농수산물시장을 비롯해 주류와 음료를 취급하는 업소 등 다양한 곳에 시원한 얼음을 공급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 해야죠"

무더운 여름, 얼음 공장 직원들은 시원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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