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긴급진단]폭염 속 '단수사태' 사흘째… 현장을 가다
청주시, 원인도 몰라… 늑장 대처 비난
9개동 급수 중단·식당 임시휴업 피해
윤재길 부시장 "불편끼쳐 죄송"

▲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긴급급수를 받고 있다. /임동빈기자

[김규철·오태경·정현아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속에 충북 청주에서 3일째 대규모 단수사태가 발생했다.

당국인 청주시는 단수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초유의 단수사태를 몰고 온 원인은 무엇이고, 사태수습이 왜 이렇게 늦었는지, 그로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사고 발생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일 오전 9시부터 통합정수장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도수관로 주철관을 절단하고 통합정수장으로 연결하는 공사를 시행했다.

시는 공사로 인한 급수 중단을 막기 위해 K-water 청주권관리단에 협조를 요청, 청주정수장에서 금천배수지까지 광역상수도관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계획과 달리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이날 오후 5시쯤부터 상당구 용암동, 금천동 등 9개 동에 급수가 중단됐다.

더욱이 다음날인 2일 오전 4시30분과 9시10분 통합정수장을 거쳐 급수를 하려던 수도관의 이음부 밸브가 2차례 파열된데 이어 오후 5시쯤 두 번째 복구한 밸브마저 뒤틀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돗물 공급은 3일 오후까지 공급되지 못했다.

▲ 3일 새벽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에서 직원들이 빗발치는 민원전화를 받고 있다. /임동빈기자

◇수돗물공급이 늦어진 원인

시는 당초 K-water에 협조를 구해 청주정수장에서 금천배수지까지 시간당 3500t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1500t 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는 청주정수장과 금천배수지의 높이차를 잘못 계산해 제대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못했다.

여기에 통합정수장으로 새로 연결하려던 지름 900㎜와 800㎜ 등 두 개의 수도관을 지름 1000㎜의 수도관에 연결해놓고 900㎜ 수도관을 먼저 개통하자 수돗물이 800㎜관으로 역류하면서 밸브가 파열됐으나 이를 뒤늦게 파악해 시간을 허비했다.

◇시의 안일한 대처

사고가 발생하자 시는 각 구청과 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단수사실을 알리고 급수를 필요로하는 지역에 급수차를 보내 급수를 하거나 생수를 구입해 제공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으며 시민들은 새벽까지 시청 당직실과 상수도사업본부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불만이 극에 달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날 낮 제천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청주를 떠난 이승훈 청주시장은 휴가를 취소하고 청주로 돌아와 밤 11시부터 1시간동안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시장은 적극적인 안내를 하지 않은 점, 재난동원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관련 공무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윤재길 부시장과 전명우 상수도사업본부장은 3일 오전 출입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수돗물 단수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으나 단수 가구 수와 이음부 파열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기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 윤재길 청주부시장이 3일 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임동빈기자

◇시민들의 불만

시가 밝힌 수돗물 공급시한이 지나도록 제대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금천동의 한 식당은 '예고 없는 시청 수돗물 단수로 인해 영업을 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금천동에 거주하는 60대 주부는 "거리 곳곳 휴업에 들어간 식당들이 눈에 띈다"며 "단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주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급수차를 기다리던 한 주민은 "지난 밤 큰 상가에 위치한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며 "단수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아 대비를 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천고는 3일 오전 보충학습을 중단하고 학생 700여명을 귀가시켰다.
 

▲ 사흘째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자 충북 청주시 금천동의 한 식당에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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