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권은경 ATR이뮨텍·면역연구소

▲ 권은경 ATR이뮨텍·면역연구소

[제공=권은경 ATR이뮨텍·면역연구소]◇특별하고 강력한 면역세포 - T세포, B세포

T세포는 면역반응을 조절하고 다른 세포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령관과도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T세포는 직접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정 T세포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B세포에게 항체를 만들도록 지시하는 보조 T세포, 면역반응이 과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조절 T세포로 나누어진다.

아무리 강력한 T세포라고 하더라도 다른 세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T세포에게 '이런 적들이 들어왔어요'라고 알려 주는 세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포가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다. 

수지상세포 대식세포는 적의 특정 주위(항원)를 자기 몸의 표면에 매달아 보조 T세포에게 전달해 준다. 항원을 감지한 보조 T세포가 세포 독성 T세포나 B세포에게 '이런 적이 들어왔으니 그들을 찾아서 싸워라'라고 명령을 내리면 그때야 세포 독성 T세포나 B세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조 T세포의 명령을 받은 B세포는 침입한 병원균에 대항해 무기를 생산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가리켜 항체라고 부른다.

B세포는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단 한 종류의 항체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적이 침입하면 다시 그 적에 적합한 새로운 항체를 다른 B세포가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몸속에는 각각 다른 항원에 대응해 항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수많은 종류의 B세포가 존재한다.

이런 B세포 중의 일부는 항원을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똑같은 적이 침입했을 때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둔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경험한 병원균이 다음에 또 들어오면 쉽게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B세포의 이런 특성을 활용한 것이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약물은 보통 병원균의 특정 부위인 항원을 본떠 만들거나, 죽이고 독성을 약하게 만든 병원균을 넣어서 만든다. 즉 진짜 병원균이 몸속에 들어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T세포와 B세포가 병원균과 비슷한 것을 경험하게 만들어서 훈련을 시켜 놓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B세포에서 생산하는 항체는 크데 다섯 종류(A, B, E, G, M)가 있으며, Y자 모양을 하고 있다. Y자의 양 끝 부분에 항원과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항원을 만나게 되면 거기에 달라붙는다. 병원균에 일단 항체가 달라붙으면 병원균은 그 힘을 잃어 버리거나 죽게 된다.

◇교활한 기회주의자들 - 바이러스

질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질병은 특히 우리 몸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다르다. 세균은 우리 몸속에 들어와서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엄연히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생물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몸속에 있는 세포에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서 생물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하다. 크기도 세균보다 훨씬 작고 그 수를 늘리기 위해 반드시 우리 몸의 세포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 속에 있는 영양분과 물질을 이용해 자신과 똑같은 바이러스들을 복제한 후 세포 바깥으로 나와 다시 기생할 다른 세포들을 찾아야 계속해서 생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로 생긴 병을 완벽히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안 유전자 속으로 깊숙이 숨어 들어간 경우 약물을 몸속에 넣어 줘도 그 약물이 세포 속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그럼 항생제는 뭔가요'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거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물질로 바이러스를 죽일 수 없어서 아무리 항생제를 많이 먹고 주사를 맞아도 바이러스에는 소용이 없다. 바이러스로 생기는 가장 흔한 질병이 감기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도 실제로는 치료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감기약은 열을 내리고, 기침을 멈추게 하는 등 감기로 인해 생기는 증상을 약하게 해 주어 우리를 좀 더 덜 괴롭게 만들어 주는 것일 뿐이다. 바이러스로 생긴 병을 낫게 하는 것은 몸속의 면역세포들이다.

많은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피하기 위해 매우 교활하게 행동한다. 면역력이 강해서 면역세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쥐 죽은 듯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동하기 시작하는 기회주의자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대상포진을 예를 들수 있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많이 걸리는 수두의 원인인 수두바이러스에 의해 생긴다. 수두를 앓고 나면 몸은 다시 건강해지지만 수두바이러스는 완전하게 없어지지 않고 신경의 마디마디에 숨어 버린다.

숨어 있던 수두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뛰쳐나와 신경을 공격하기 때문에 엄청난 통증을 동반한다. 간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한 번 간염이 걸린 사람들 중에서 일부분은 완전히 간염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몸에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만성이 된 간염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는데 계속 방치하게 되면 자칫 간경화나 간암과 같은 큰 병으로 발전하기도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T세포와 B세포다. 일단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온 것을 알게 되면 B세포는 그 바이러스에 들어맞는 항체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바이러스의 껍데기에 있는 항원에 달라붙는다. 항체가 달라붙은 바이러스는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항체는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 줄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 들어가 버리면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역할을 T세포가 담당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들은 자기 표면에 '나는 지금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어요'라는 표식을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T세포가 이것을 인식하고 바이러스가 세포를 이용하여 복제할 수 없도록 세포 자체를 죽여 버린다.

이처럼 바이러스와 면역세포의 관계는 숨바꼭질하는 것과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숨으려 하고, 면역세포들을 기를 쓰고 찾아내려고 한다. 그래서 면역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여 쉽게 바이러스를 발견할 수 있게 하려면 평상시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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