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종이비행기를 날려보자 /'휙' 돌아 발 끝에 와 앉네 /엄마인줄 아는 걸까? /발꿈치 세워 /더 높이 띄워보렴 /미끄럼 타듯 내려와 /가랑이 밑으로 빠지네 /아빠와의 숨바꼭질 처럼 /빠진 앞니 틈으로 /'필리리 필리리' 세상 키우는 화음 아니던가? 필자의 시 '발꿈치를 세우고'의 전문이다.
"선생님 여기 짐승이 많아요" 동산 다람쥐들이 떼지어 재주부리는 모습을 보고 한 아이가 소리 지르면 "맞아 맞아 짐승이 많아…" "다람쥐는 짐승보다 동물이라고 해야 맞아요." 유치원선생님의 재치있는 가르침까지 충북유아교육진흥원장 시절 귀에 익은 말이다. 유아야 말로 하얀 백지와 같아서 쉽게 상처받고 금세 방방 뜬다. '새끼 있는 어미 건드리지 마라'는 말이 있다. 아이야 말로 부모의 전부다. 도대체 그 자녀에겐 어떤 미래가 올까? 자녀들이 맞을 세계가 더욱 궁금하다.
학부모들 시름
말도 많고 탈이 끊일 새 없는 누리과정이 느낌도 오기 전, 예산이 바닥났다. 뿐만 아니라 무상복지가 늘어나고 있지만 소외계층 지원은 갈수록 축소되는 기현상이다. 시·도교육청의 재원으로 도저히 어린이집 누리과정까지 예산을 감당 할 수 없는 현실적 기로에 서 있다.
문제의 해법을 두고 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중앙정부가 여러 차례 충돌했다. 원래, 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고 어린이집은 지자체에서 맡고 있으므로 당연한 논리다.
정치 흥행에 따른 정책인 만큼 정치권의 결단 외에 어떤 공식도 먹히지 않을 낌새다. 애초부터 버거울 거란 세간의 우려를 외면한 채 밀어 붙인 대선 공약이었는 데 벌써 단물은 모두 빠진 상태다.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 뭇매에 잠시 주춤거리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까마득한 일로 묻혀질 게 안타깝다. 내년 공립 유치원 입학이 하늘의 별따기다. 어린이 집의 경우 누리과정 지원금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니 당연하다. 학부모들 시름만 깊다.
동심의 망각
미래 사회 경쟁력은 사람을 잘 키우는 일이다. 교육은 끊임없는 후회와 반성으로 영글어 간다. 위로 아래로 잘 먹히지 않는 세대와 적응도 혼란스럽다. 어른노릇 못하는 기성세대 권위가 과부하에 걸렸다. 누구 책임일까? '어른 좀 나와 봐요'로 세간을 흔든다.
보육걱정 말고 출산률 높이라더니 일회성 구호였다. 결혼 역시 더 단단한 족쇄를 채우는 나라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마구닫이 아닌가? '어른들 참 딱하다'고 아이들 입으로 말한다. 나이를 먹는 건 눈 깜짝할 사이지만 어른 노릇하기란 정말 힘들다. 어른다운 어른 만나기 어려운 현실, 아이들 말로 '부끄부끄'역시 도(度)를 넘었다.
아이들 갖고 장난질은 이제 끝내야 옳다. 내년도 예산을 놓고 내홍이 심하다. "더 늘여 달라, 왜 깎았나? 끼리끼리 해먹는 것 아니냐? 우리 기관 좀 살려 달라" 씀씀이가 커지니 죽는 소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우선으로 누리과정 예산부터 매듭지는 게 순서다. 동심(童心)을 향해 혼자서 되뇌어 본다. '너무 겁 먹지마. 떨어지다 떨어지다 끝에 닿으면 바닥이 있을거야. 그 바닥을 딛고 점프해보렴. 더 강해져서 올라올 테니까. 그러니 너무 겁 먹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