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도의회의 충북도와 교육청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삭감안 파장이 크다. 도의회로서는 낭비성 예산을 줄였다고 하지만 충북도와 교육청은 '예산 칼질'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이러면 일을 못 한다며 내년이 오기도 전 벌써부터 한숨을 푹푹 내쉰다. 워낙 삭감액이 크다 보니 충북도와 교육청은 물론이고 예산 지원을 받는 시민·예술단체들까지 반발하고 있다.

도의회가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삭감한 건 충북도 소관이 280억, 교육청 소관이 542억 원이다. 예년에 비해 유례없이 많이 깎였다. 교육청의 경우 지금까지 도의회에서 삭감된 것 중 최대치다. 그러다보니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충북도와 관련해선 의원들의 재량사업비 폐지에 대한 반감이라는 것도 있고, 도지사 3선을 겨냥한 것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시종 지사에 대한 견제라는 등 그럴듯한 분석이 도청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청 관련도 마찬가지다. 누리사업(만 3~5세 무상교육)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의회의 반격이라는 얘기가 가장 크게 들린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유치원 누리사업 예산으로만 편성된 459억 원 가운데 297억 원이 싹둑 잘렸다. 이 예산안은 편성을 촉구한 도의회의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고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사업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유치원 대상 사업비만 편성한 것이다. 도의회는 그러면서 어린이집 누리사업비로 돌려 쓰라며 여러 예산 항목을 손봤다. 대표적인 게 인건비 200억 원이다.

예산은 필요없는 게 세워지면 안 된다. 생색내기용이든, 아니면 판단 잘못으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어 없어도 될 예산이 편성됐다면 당연히 삭감하고 필요한 곳으로 전용돼야 한다. 이런 예산 항목의 '교통정리'가 도의회가 할 일이고, 의원들의 의무이다.

그런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그 와중에 꼭 필요한 돈이 엉뚱하게 잘리면 그 피해는 집행부는 물론 곧장 지역민들에게 돌아온다. 이번 예산안 삭감 가운데 충북도의 영동~단양 종단열차 운행 손실보상금 16억 원과 교육청의 인건비 200억 원이 그에 속한다. 종단열차 예산안 삭감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인가본데 그 효율성의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 충북 남부~북부의 균형발전이 종단열차 운행의 가장 큰 목적으로 그 속에는 이를 이용해 매일 출·퇴근과 통학을 하는 지역민 또는 학생이 있고, 생계를 위해 이 열차에 몸을 싣는 주민들이 있다. 이들의 '발'을 하루아침에 잘라버린 것이다. 설사 도지사의 치적용으로 포장될 수 있고, 한국철도공사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하더라도 이를 예산안 삭감으로 대응해 애꿎은 지역민들이 피해를 보게하는 건 곤란하다.

교육청의 인건비 삭감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밑돌 빼서 윗돌 괸다'고 인건비를 깎아 다른 사업을 벌인다는 건 하책(下策) 중 하책이다. 그것이 집행부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용이라 하더라도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을 손댔다. 오는 11일까지 예결위가 가동되는데 아무리 상임위에서 삭감된 걸 살리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다고 하지만 부활시킬 건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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