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쯤으로 기억해요. 여중생 두 명이 피가 철철 나는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데리고 병원에 들어왔어요. 사연인즉슨 병원 앞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쓰러져있던걸 데리고 왔다는 겁니다. 개원 초기 패기도 넘치고 아무것도 모르던 때 일단 강아지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바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뒷다리쪽이 모두 산산조각 나고 골반도 골절상이 컸어요. 바로 수술로 이어졌고 한쪽 다리는 신경이 나가 결국 절단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세 다리를 가진 채 병원에서 같이 지내고 있어요. 발견당시 2세~3세 정도 였으니깐 벌써 노령견이 됐네요. 질투가 많은 아이예요. 내원하신 보호자분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자기도 안아달라고 목청껏 짖어대죠"

“강원도가 60~70년대에 광산업이 활발했어요. 아버지도 광산업에 종사했어요.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광산업이 하향세로 들어섰죠. 마침 친형이 청주 소재 대학에 진학한 걸 계기로 가족 모두 청주로 이주하게 됐어요. 원래 광산업 종사자들은 본거지가 없어요. 보통 일을 찾아 떠나죠.”

"개업 초기 SBS TV 동물농장 청주 고라니 편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2008년도에 방영된 것이지만 요즘도 케이블에서 재방송으로 전파를 타 아직도 알아보는 손님이 있어요.(웃음)"

▲ 이즈동물병원 이삼선 원장이 반려견 행복이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의과대학을 입학하고 선물로 분양받은 강아지가 있었어요. 암컷 치와와였죠. 새끼 여러 마리를 출산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앞다리가 짧은 기형이었죠. 부모님이 기르고 있었어요. 하루는 치와와가 같이 산책하다가 차에 치여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보냈어요. 진단 결과 뒷다리 쪽이 다 부서지고 골반도 나가서 수술해도 살기 힘들다 하셨죠. 결국 안락사를 시켰어요. 이런 상황들이 2007년 당시 행복이와 상황이 많이 비슷했죠. 그래서 더욱 행복이를 살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93학번입니다. 당시 수의학과는 생소한 학과였고 지금처럼 경쟁률이 높지 않았어요. 오히려 전자학과 토목학과가 같은 공대가 인기 있었죠. 그러다 2000년도 들어서면서 반려동물을 분양이 붐을 일었어요. 자연히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죠. 수의사나 동물병원이 방송 등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면서 지금처럼 인기 높은 학과가 됐죠. 현재는 전국 10개 국립대학과 건국대학교에 개설될 정도로 보편화됐어요.”

“수의과대학에 진학을 결심한 학생들은 보통 사는 환경이 많은 영향을 끼쳐요. 저는 강원도 출신이라 주변 환경이 모조리 산과 들판, 강이었죠. 개구리도 잡고 산새, 도마뱀 등 여러 동물과 항상 마주하면서 동물에 대한 무서움이 없었어요. 그 시절에는 들고양이도 집에서 같이 지내기도 했죠. 강아지는 기본적으로 마당에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수의사에 대한 길을 쉽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제가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 이즈동물병원 이삼선 원장

“요즘 소규모 동물병원이 많이 생겼어요. 하지만 규모에 따라 손님이 많고 적진 않은 거 같아요. 살아있는 동물을 상대하는 업이기에 보호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수의사의 의료 실력은 기본이고요.”

“딸아이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수의사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웃음)”

“결혼하고 저는 서울동물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해 주말부부였어요. 마침 당시 근무하던 동물병원에 누군가가 말티즈를 유기하고 갔어요. 그 말티즈를 청주 집에 데려다가 키웠죠. 당시 아내가 기침을 자주 했는데 별 의심 없이 지냈죠. 어느 날일이 있어서 말티즈를 다른 집에 잠시 보냈는데 아내의 기침이 싹 사라졌죠. 그래서 알게 됐어요. 아내의 기침은 강아지 때문이었다는걸.(웃음) 그래서 집에서는 강아지를 키우질 못 합니다"/충청일보 천정훈기자

▲ 청주 이즈동물병원 이삼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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