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인물 약진 기회
반기문·안희정 급부상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20대 총선은 결과와 무관하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여야의 충청권 차기 잠룡들이 약진한 기회를 가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이미 1년여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내 친박 세력에 의해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선거구획정과 공천을 둘러싼 잡음 등 이번 4·13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숨어있는 반 총장의 가치는 더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4년만에 충청권 맹주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19대에 비해 크게 약진한 것은 보이지 않는 반기문 효과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만 수행했던 충청권이 반기문의 충청대망론에 희망을 걸고 그의 등장에 레드카펫을 깔아주기 위해 충청권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충남북대전세종 거주자 뿐 아니라 수도권에 사는 충청 출신들도 망라한다.

5%이내의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에서 충청권 유권자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승부가 판가름 난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도 충청권의 지지 덕분이다.

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반 총장을 의도적으로 공개리에 접촉한 것은 충청대망론에 힘을 실어주고 그럼으로써 충청권 민심을 새누리당으로 가져오기 위한 고도의 정치행위였음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반 이후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추월해 선두를 달리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총선이 대권의 꿈을 묻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번 총선에서 받은 타격이 컸다.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상향식 공천이 친박 선봉역할을 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해 갈갈이 찢겨나갔고, 그의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측근들이 공천학살을 당해 팔다리가 잘린 상태다.

특히 그의 회심의 반격이었던 ‘부산행’은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급기야 그는 총선후 당대표 사퇴를 발표하고, 유세기간 막바지엔 유권자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상황을 연출했다. 대선 예비 주자로서 큰 상처를 입은 셈이다.

야권에선 부동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혀온 문재인 전 대표가 날개도 없이 추락한 형세를 보였다. 호남을 국민의당에게 내주고 지원유세조차도 거부당할 정도로 안방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내준 셈이다. 또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을 강력하게 장악하고 친노 세력을 상당한 수준 삭감시켜 문 전 대표의 총선 후 운신의 폭도 좁아진 상황이다.

안희정 지사는 문 전 대표의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안 지사의 측근들은 이번 총선에서 거의 몰락했지만 안 지사 본인은 문의 대안으로 급격히 부각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총선 이후 여야의 잠재 대권주자들의 부침도 예상된다. 여권에선 오세훈 최경환 유승민 등이, 야권에선 문재인 안철수외에 김종인, 김부겸이 급속 부각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