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도의회가 7일 가까스로 의장을 선출했다. 도의회 사상 첫 여성 의장이라는 기록을 아울러 세웠다. 이제 본격적인 후반기 의정이 시작됐는데 늘 그렇듯 의장을 비롯해 부의장, 상임위원회로 이어지는 원 구성이 끝나면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의 기대는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여느 때처럼 주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기다릴 정도로 지금의 충북도의회 사정이 한가롭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의장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의원들의 행태는 남부끄럽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특히 다수당으로서 의회 운영의 중심이 돼야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여준 자리다툼과 감투싸움은 작태나 다름없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 못하다는 표현을 곧잘 쓰지만 그런 초등학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의원들의 행보는 정말 주민들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함량 미달이었고, 형편없었다.

다수당에서 내보내는 후보가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의장이 되는 관행에 따라 새누리당이 내부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가진 이틀 동안의 의원총회는 주민 이익이나 지역발전 보다 입신을 위한 자리보전에 더 열을 올리는 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를 지켜본 지역민들의 심정은 안타깝다 못해 참담했다. 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해, 지역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이틀 동안 고민한 적이 있던가. 이틀이라는 기간도 그들이 집중적으로 논의한 시간이지 당초 후보를 뽑으려다 의원 간 이해가 엇갈려 결론을 내지못한 지난달 23일 의원총회와 그 이전 이런저런 뒷말을 남긴 내부 협의 과정을 합치면 헤아릴 수 없다. 이 많은 시간을 알력과 대립으로 보냈다.

충북도의회는 광역지방의회다. 당연히 그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위상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도의회는 그런 걸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해 충북도와 교육청이 무상급식 재원 문제로 파행을 겪으며 지역이 시끄러울 때에도 도의회는 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 했다. 충북도와 교육청이 서로의 입장을 강변하는 핑퐁게임 속에서 그저 넋 놓고 구경만 하는 방관자나 진배없었다. 물론 중재안이라고 대안을 내놓긴 했지만 충북도와 교육청 모두에게 거부 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어 불거져 나온 누리과정(무상보육)예산 분담 현안에서도 교육청만 족칠 줄 알았지 교육청이 왜 그렇게 강수를 둬가며 자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정부 부담을 주장하는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예산심사 권한이 있는 기관으로서 교육청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면 이를 개선토록 하고, 그렇지 않고 교육청의 주장이 일리 있는 것이라면 함께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 이 모두에서 충북도의회는 기능을 다하지 못 했다. 그래 놓고 자신들의 자리다툼에는 몇날 며칠 머리를 싸매는 저급함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집행부가 이런 도의회를 어떻게 여길지 생각하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의장 선출 파행으로 지금의 교황선출식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최근의 논의가 한층 힘을 얻게 됐다. 그보다 도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의원들 스스로 헤아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려 다가가고, 그게 안 되면 시늉이라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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