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만득이' 사건 관련
가혹행위·폭행 등 정황 미포착
경찰, 주민 증언 등서 학대 확인
피해자 "매 맞았다" 진술 일관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19년 간 무임금 강제노역한 K씨(47)에 대한 가혹행위 등을 수사 중인 경찰이 축사에 설치돼 있던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했지만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청주청원경찰서는 18일 K씨가 19년 동안 머물렀던 축사 내에 설치된 도난방지용 CCTV를 모두 회수해 분석작업을 벌였지만 가혹행위 및 폭행 등의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노예처럼 온종일 일만시켰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했지만 그 부분에 대한 증거자료도 확보하지는 못했다.

K씨를 학대하고 노예처럼 부렸다는 의혹을 받는 A씨(68) 부부는 경찰에서 "임금을 꼬박 챙겨주지 않았지만 강제노역이나 가혹행위 및 폭행 사실은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K씨의 진술과 마을 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A씨 부부가 K씨에게 식사를 제때 주지 않고 머리를 쥐어박는 등 학대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이들 부부가 1997년 소 중개인 B씨(사망)에게 사례금을 주고 K씨를 축사로 데려왔다는 진술에 대해 유괴 등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B씨의 사망으로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또 A씨 부부가 애초 진술과 달리 사례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추가 증거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심리 불안정으로 기본적인 대화조차 되지 않았던 피해자 K씨가 지난주 가족과 상봉을 하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

경찰은 당시 K씨의 심리 안정을 위해 조사를 중단하고 심리치료를 진행 중이다.

K씨를 관찰 중인 사회복지사와 심리상담사, 경찰은 하루가 다르게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있어 차츰 대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K씨가 조금씩 예전 기억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조사에서 K씨는 "주인에게 매를 맞았다. 무섭다. 소똥을 치우기 싫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경찰은 K씨가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상태가 되면 충남 천안에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축사까지 오게 된 경위, 이들 부부의 가혹 행위 및 폭행 여부 등에 대해서 보강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은 K씨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A씨 부부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K씨는 1997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소 중개인의 손에 끌려 A씨의 농장으로 온 뒤 19년 동안 쪽방생활을 하면서 소 44마리를 관리하는 강제노역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왔다가 경찰에 발견돼 어머니(77)와 누나(51)를 극적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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