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김영란법 28일 시행 (2) 관련 업계 '울상'

고가 외식업계 '김영란법 메뉴' 등장
화훼 등 관련 업종들도 매출 하락 걱정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하루아침에 업종을 바꿀 수도 없고, 가격을 낮춰야지 별 수 있나요."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20년 가까이 맛집으로 유명했던 한 일식집은 최근 메뉴판에서 5만원·7만원 회 정식을 지워버렸다. 대신 2만5000원·3만원의 굴비정식과 회 정식, 탕 요리 등으로 메뉴판을 꾸몄다. 김영란법이 외식업계에 미치고 있는 '가격 인하 경쟁'의 한 풍경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접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외식업계가 생존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대부분 메뉴가 3만원 이상 고가인 한정식·일식전문점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가뜩이나 각종 식재료 값 인상과 소비침체로 매출 하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라는 '3중고'를 겪게 됐다.

충북도·청주시에서 '밥 맛 좋은 집'·모범음식점으로 선정됐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한 한정식집은 지난 5일 구청에 폐업 신고를 했다. 표면적인 폐업 사유는 '영업 부진'이다. 이 한정식집은 주변에 관공서가 많아 공무원 등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 때문에 김영란법도 폐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는 그나마 찾던 단골 공무원들의 발길도 뚝 끊길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폐업까지 고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인하·메뉴 조정에 나서는 식당도 줄을 잇고 있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에 위치한 고급 한정식집도 김영란법에 맞춘 2만5000원짜리 '죽 정식'을 저녁 상차림 메뉴로 내놓기로 했다. 기존 정식메뉴 가격대는 3만~8만원이다.

이 한정식집 업주는 "아무래도 주요리 가짓수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손님들도 비싼 메뉴보다 3만원 이하 정식을 많이 찾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메뉴 가격이 4~5만원 이상인 호텔이나 컨벤션센터 등도 아직 가격 인하 등 구체적 움직임은 없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악영향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게 된 업종은 외식업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대표 피해 예상업종으로 골프·화훼업계가 꼽힌다.

화훼업계에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꽃의 70~80%가 경조사용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화훼업계의 위축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10만원에 판매하던 경조사용 화환 가격을 9만5000원으로 낮춘 매장도 등장했다.

골프업계도 김영란법의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충북 청주의 한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28일까지는 예약이 거의 꽉 찼지만, 이후에는 주말 예약 건수도 크게 줄었다.  청주의 또 다른 회원제 골프장은 매달 실시하던 비회원 할인뿐만 아니라 야간경기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로 이용객 유지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본격적인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포착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매출 하락 등 악영향을 받게 되면 대중제 전환·요금 인하 등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