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일보 사설] KTX 세종역 신설 여부를 놓고 충청권 자치단체 간 온도 차를 보인다. 세종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고, 충북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두 자치단체의 이해는 팽팽히 맞서 지역 최대 현안이 됐고, 이춘희 세종시장과 이해찬 국회의원은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정치 생명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충북은 충청권 공조를 깨뜨리는 건 물론 기술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다며 저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하게 맞부닥치고 있는 사안에 대전과 충남도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충남의 경우 도의회는 이미 반대 견해를 나타내며 충북도의회와 공동전선을 구축했지만, 집행부인 충남도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미 기초자치단체인 공주시와 공주시의회도 충남도의회와 함께 '세종역 설치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광역자치단체가 남 일처럼 방관하는 듯하다.
대전시는 그 이유로 서대전역 활성화를 들고 있다. KTX 오송~공주로 이어지는 노선이 깔리면서 서대전역을 거치는 KTX는 운행 횟수가 줄어들고, 전북 익산까지만 가면서 더 밑의 광주송정이나 목포까지 가려면 갈아타야 한다. 그래서 이 증편과 환승 불편을 더는 노선 연장이 시급해 세종역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만일 세종역이 생겨 서대전역을 지나는 운행 횟수에 영향을 끼친다면 절대 안 될 것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충남도의 침묵에 대해서는 공주시나 공주시의회가 내심 서운함을 비추고 있다. 그렇지만 충남도는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를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다. 찬성, 반대는 신설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지금 단계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그러면서 세종역이 들어선다면 공주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고 했다.
대전시나 충남도 모두 이같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걸 실무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정치적 역학 관계가 깔려있다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는 이춘희 세종시장이나 이해찬 의원은 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입장을 유보하는 대전시장도 더불어민주당이고, 대전시의회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우세다. 반면 반대하는 공주시장과 공주시의회는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고, 충남도의회 또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다. 정당 노선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중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치 이념에 따라 결정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세종역 신설 문제는 인근 지역과 동반성장이라는 세종시 건설 취지, 필요성과 효율성, 기술적 타당성 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세종시, 그것도 공무원을 위한 시설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대전시 경우 걱정하던 서대전역 경유 운행 횟수가 늘었고, 종점 또한 익산에서 목포·여수로 연장됐다. 공조와 동반 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대전시와 충남도의 인식 전환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