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당 등 문의전화 쇄도
대구·경북 분위기 심상치 않아

[서울=충청일보 김홍민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의혹 파문에 따른 새누리당의 내분이 당 저변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6일 새누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전국 17개 시·도당 사무실은 물론 개별 당협과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탈당 절차와 관련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둘러싼 정황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여권의 구심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핵심 당원들 사이에서조차 심상치 않은 이탈 기류가 감지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전국적으로 집계된 주 평균 탈당자 수는 100여 명 안팎으로,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당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영남권의 한 지역 단위에서는 '최순실 파문'이 정점에 이른 지난 한 주 통상 수준의 2배에 이르는 탈당계가 제출됐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탈당 도미노'의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보수여당의 '텃밭'인 영남권, 그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이다.

경북지역의 한 당협 관계자는 "많게는 하루 서너 건씩 (탈당 문의)전화가 올 때도 있다"면서 "당이 중심을 잡으라는 정도의 애정 어린 질책으로 그치면 다행인데 요즘엔 '이 정당에 더는 기대가 없다'며 탈당을 요청하는 전화도 상당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반박'(반 박근혜) 성향이 강한 서울·수도권은 더욱 상황이 심각해 보인다.

한 서울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첫 번째 사과 방송이 나간 이후에는 몇 시간 동안 지역 사무실 전화선을 빼놔야 할 지경이었다"고 전했고 한 경기권 의원 측은 "본인들의 탈당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의원도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당원들도 상당수여서 다독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충북권은 지난주까지 충북도당으로 당원들의 항의 전화가 하루 2~3통씩 걸려왔다.

도당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관련 당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며 이정현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항의성 전화가 일일 2~3통씩 왔다가 지난주 중반 이후 줄어든 상황"이라며 "탈당계 제출 현황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이 같은 탈당 문의가 실제 얼마나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그나마 지금은 새누리 외에 마땅한 보수의 선택지가 없어서 약간의 주저함이 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소위 제3지대라도 가시화하면 탈당 러시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