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범도민 시국대회서
연령·계층 떠나 분노 쏟아내
가족 단위 시민들 대거 참여
특정 집단 주도 집회와 차별

▲ 지난 19일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에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보람기자

[충청일보 손인빈기자] "그네는 혼자 움직이지 못 해요. 바람이 순실순실 불어야 한답니다."

지난 1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현 시국을 풍자한 구호를 외치자 1만여 명의 시민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

이날 집회는 어린아이부터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젊은 연인, 70~80대 노인과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까지 다양한 연령·계층이 모인 '성토의 장'이 됐다.

국내 정치 상황을 깊게 이해하지 못 하고 있을 어린아이도, 푸른 눈의 외국인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를 함께 외쳤다. 그야말로 전국민적 공분을 실감케 하는 현장이었다.

▲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가 열린 19일 청주시내 일원에서 외국인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보람기자

집회에 참가한 미국인 유학생 A씨(26)는 "박근혜 대통령은 무감각하고 무능한 대통령"이라며 "한국으로 유학 온 다른 외국인 친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깨치지 못 한 아이들의 손에도 촛불 모형과 함께 '이게 나라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시민 B씨(37) 부부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갈 나라인데 이런 현실을 스스로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집회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 지난 19일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에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보람기자

그동안 시국집회가 주로 정당의 '점퍼부대'와 노동·시민사회단체 등 '조끼부대' 위주였다면 이날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 만큼 최근 확산되고 있는 '촛불'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의한 것이 아닌,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것임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날 충북도청 앞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 중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곧 투표권을 갖게 될 이들이 정치 현실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가 열린 19일 청주시내 일원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권보람기자

고등학교 3학년 C양(18)은 "박 대통령은 어린 학생들 수준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어처구니 없는 꼭두각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기말고사를 마쳤다는 한 여중생은 "앞으로 친구들과 마음 편히 주말에 놀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집회에 참석했다"며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다양한 연령·계층이 모인 만큼 이날 집회는 과격한 표현이나 충돌이 사라진 평화 집회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가요를 개사해 '하야'를 외치고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는 등 평화로운 집회 문화로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한편,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도민들의 촛불 1만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들불처럼 번져갔다.

지난 19일 오후 4시부터 충북도청 앞에서 진행된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에 운집한 도민들이 SNS를 통해 집회의 시시각각 진행 상황을 생중계하듯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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