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근섭 경제부 기자

[충청일보 송근섭 기자] 지난 19일 충북도청 앞은 1만 명이 손에 쥔 촛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불과 100m 떨어진 청주 성안길에서는 네온사인 아래 쇼핑백을 든 시민들로 북적였다. 촛불과 쇼핑백.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왜 등장했을까.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게 만든 것은 유래 없는 국정 농단의 주범들이다. 국민들은 최순실과 공모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급기야 검찰은 20일 최씨 의혹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 아직까지 속 시원히 해명한 것이 없다. 이들은 아마도 '촛불'보다는 '쇼핑백'에 더 주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진태 의원의 표현처럼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질 것'이고 아직까지는 주말에 쇼핑을 다니며 일상을 즐기는 국민이 더 많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쇼핑백을 들길 바라는 것은 촛불을 들어야만 했던 국민들이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정치도 안정돼서 국민들은 두 손 가득 쇼핑백만 들고 아무런 걱정 없이 일상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국민들이 '촛불'과 '쇼핑백'으로 갈라지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주말이면 아이들 손을 잡고 장을 봐야 하는 주부도, 수능을 마치고 한창 멋에 신경 쓸 수험생들도 쇼핑백이 아닌 촛불을 들어야만 했다.
최순실과 그 측근들이 대기업을 동원해 수백억 원의 자금을 주무르고 그의 딸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동안,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고 수험생들은 1~2점에 피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누가 이들에게 다시 일상을 찾아줄 것인가.
이들에게서 평온한 일상을 빼앗아가고, 손에는 쇼핑백 대신 촛불을 들게 한 이들은 11월 내내 타오르는 촛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촛불과 쇼핑백. 이제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대통령과 정치권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