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盧, 사무총장 지원
도의 저버린 배신자" 비판
潘 측근 "서거 다음해 참배
배신으로 봐선 안돼" 반박
文, 귀국 촉각 세우면서도
계획했던 정책행보 이어가

[서울=충청일보 김홍민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 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예고하면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 때 같은 배를 탔던 반 전 총장과 친노·친문 진영은 이제 외나무다리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 친노·친문에서는 반 전 총장을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반면 반 전 총장 측은 "배신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까지 치달았다.

친노·친문 측에서는 반 전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청와대 외교보좌관, 외교장관이 되고 유엔 사무총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이후 도의를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반 전 총장 측은 이를 '배신'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반박에 나섰다.

반 전 총장 측근으로 알려진 오준 전 주(駐) 유엔대사는 지난 5일 CBS라디오에 나와 "노 전 대통령 서거 다음 해 참배를 다녀왔다"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종의 비공식 일정이었기 때문으로 안다. 뉴스거리가 별로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우를 굉장히 신경 쓰시는 분"이라며 "배신이라든가 이런 비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양 측의 신경전이 팽팽하게 이뤄지며 민주당 내에선 참여정부 당시 반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친노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의 '저격수'를 맡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안 지사의 경우 전날 반 전 총장을 향해 "철새정치로 규정한다. 이런 철새정치가 어떤 가공할 만한 손해를 끼치는지 70여 년 간 봐왔다"고 맹공을 폈다.

이어 다음날에는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이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무슨 해방 후 이승만 박사가 금의환향하는 것인가. 한 마디로 한국 품격을 완전히 개발도상국으로 만드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대권 경쟁자인 반 전 총장의 귀국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이미 계획했던 대로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물밑에서는 이후 '반풍(潘風·반기문 바람)'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제3지대론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에 대해 신경을 쏟는 모습도 감지됐다.

문 전 대표 측에서는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외국에 머무르다 입국한 반 전 총장에 비해 '준비된 후보'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신의 국가 비전을 담은 대담집을 내기로 한 것 역시 정책 어젠다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설 연휴 전 강원과 전남지역을 찾아 지역균형발전 등을 주제로 주민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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