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인사 이모저모

[충청일보 김록현·이현기자] ○… 귀국 이틀 만에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행치마을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당초 예정보다 30여 분 늦게 도착해 학창 시절을 보낸 충주로 이동하기까지 3시간 30분 가량 '짧지만 굵은' 일정을 소화.

반 전 총장은 고향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생가 앞에서 마중나온 이시종 충북지사, 이필용 음성군수, 이언구 전 도의회 의장 등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첫 일정으로 선친 묘소에 이어 선영을 차례로 찾아가 성묘.

이어 마을 뒤편 유엔평화랜드에 마련된 음성군민환영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반 전 총장은 행사가 끝난 뒤 3시간 전부터 나와 따뜻한 음료와 핫팩을 나눠주는 등 봉사활동을 한 음성군주민자치협의회 회원들을 일일이 격려.

뉴욕 갔던 학생들이
潘 부부 화환 걸어줘

○… 이날 환영대회에는 영하 10도의 혹한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적지 않은 마을 주민과 지지자들이 자리하는 등 약 1000명이 운집했으며 광주 반씨 종친들도 대거 반 전 총장을 보기위해 집결.

축하 인사와 답사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 음성군의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으로 뉴욕을 방문했던 박지혜양(음성고2)과 김수호군(서울대 입학 예정)이 반 전 총장 부부에게 화환을 걸어줘 눈길을 끌기도.

서울서부터 따라온 보도진들도 1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는데 정작 고향 주민들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 외에 정치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아 다소 맥빠진 모습을 연출.

소탈·따뜻 이미지 거듭 보여

○… 반 전 총장의 고향 방문 행보는 인근 맹동의 꽃동네와 AI 방역초소를 찾아가는 일정으로 이어졌는데 꽃동네에서 봉사자 등과 함께 잡곡밥에 냉이된장국, 백반으로 다소 늦은 점심을 해결하며 소탈한 이미지를 거듭 보여주기도.

천주교 신자인 반 전 총장은 복지시설인 꽃동네 노인요양원 부활의 집에서 병상에 누워 지내는 최순득씨(84·여)를 안마하고 식사를 도왔으며 아동복지시설로 이동, 아이들을 보듬어주며 특유의 따뜻한 이미지를 확인.

이어 꽃동네IC 입구에 설치된 AI(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초소에서 발생 현황을 듣고 직접 차량 소독을 하는 등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현안이 된 AI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가적 지도자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음성의 일정을 마무리.

"촛불집회, 기회 되면 참여"

○…반 전 총장은 이날 꽃동네에서 기자들과 만나 "촛불집회에서 국민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를 보겠다. 기회가 되면 참석하겠다"고 답변.

또 박 대통령에게 귀국 인사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통화를 할 예정"이라며 청와대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언급

이어 "정권 교체가 아닌 정치 교체를 하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공개 비판한 데 대해선 "문 전 대표가 말하는 것에 일일이 코멘트하고 싶진 않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

몸 불편 은사에 애틋함 표시

○…반 전 총장은 충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3년 전 한국에 왔을 땐 초·중·고 은사 다섯 분을 모셨는데 유감스럽게도 네 분은 떠나시고 남아계신 한 분마저 몸이 불편하시다. 조속한 쾌유를 빈다"며 은사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

한편 이날 환영대회는 사실상 대선 출정식으로 받아들여진 탓인지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 외에는 이름을 알 만한 유력 정치인들이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종배 의원과 조길형 충주시장, 이종갑 충주시의장, 새누리당 권석창 국회의원(제천·단양), 민주당 우건도 전 충주시장, 최명현 전 제천시장 등과 반 전 총장의 50년 지기이자 최근 바른정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출신 정태익 한국외교협회장 등만 참석.

충주고 동급생인 홍진구씨(73)는 "전교 1~2등을 다투던 수재였고 친구이지만 존경스러운 사람"이라며 "평생의 모든 경험을 나라를 위해 바칠 때가 됐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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