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해제 20일만에 제주서 H5N8형 확진
군산 종계농장서 유입… 파주·양산까지
오늘부터 전통시장 등 가금류 거래 금지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전북과 제주 등에서 때이른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충청권 지자체와 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북 군산 서수면 종계 농장에서에서 출하한 오골계 7마리를 제주의 한 농가가 지난달 26일 제주 전통시장에서 구입했는데 모두 폐사했다.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1차 검사 결과 간이검사에서 양성을 보인데 이어 정밀검사에서도 H5N8형으로 판정됐다.

군산 종계 농장 오골계는 이 제주 외에도 경기 파주, 경남 양산까지 모두 3000마리의 오골계를 유통했다. 파주·양산 2개 농장에서도 AI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달 13일부로 전국의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 상태기 때문에, 그 이후 발생한 AI라는 점에서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4일 0시부터 AI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경계' 단계 위기 경보가 발령되면 전국 시·도 AI 방역대책본부와 상황실이 가동된다. 또 AI 발생 시·도와 접한 시·도의 주요 도로에는 통제초소가 운영된다.

5일 0시부터는 전국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 살아있는 닭 등 가금류 거래가 금지된다.

AI는 지난해 11월16일 충북 음성 육용오리 농가와 전남 해남 지역 산란계 농가에서 발견된 이후 올해 4월4일 충남 논산 농장 발생을 끝으로 140일 동안 전국 50개 시·군에서 383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농가만 946곳, 살처분 가금류가 3787만 마리에 달한다. 최고 기록인 지난 2014년 195일간 1936만 마리 살처분 기록을 뛰어넘는, 단기간 기준 사상 최대다.

충북은 지난해 11월16일 발생 이후 올해 3월21일 종료(이동제한 해제)될 때까지 음성과 진천·청주·괴산·충주·옥천 등 6개 시·군에서 85건의 AI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가금류 392만 마리(닭 222만 마리, 오리 77만 마리, 메추리 9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충남에서는 지난 11월23일 아산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7개 시·군에서 64건의 AI가 발생해 135개 농장 가금류 74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세종시에서도 30곳에서 발생한 AI로 283만 마리가 살처분됐으며 수십 억원의 처분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충청권에서만 141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면서 역대 최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충청권 지자체와 농가들이 말그대로 질겁하고 있다.

지역의 한 축산 농민은 "수십년 양계업을 해 왔지만, 이렇게 더운 철에 AI가 발생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무슨 변종 바이러스인지 걱정이 앞선다"고 혹시나 모를 전파를 걱정했다.

충청권 지자체 중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충북도다. 지난해 첫 발생지라는 부담감도 있지만, 만전을 기하자는 취지에서다. 충북도는 4일 도내 관계기관에 AI  대응 태세를 주문하며 강화에 나섰다.

일단 군산에서 경기 파주, 경남 양산, 제주도로 분양됐지만, 충북으로의 반입 닭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충북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시장을 통해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통시장과 소규모 농장에 대한 예찰을 강화토록 관계 기관과 협회에 조치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규모 오리 등 기타 가금류 농장(360농장)에 대한 일제검사도 다음 주 중으로 완료하고 도축장, 부화장, 전통시장 등 유입 경로별 차단대책과 모니터링 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최대한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만에 하나 있을 유입 가능성을 차단키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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