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매장 가전제품 떠내려가
일부 피해 상인들 '낙담'

[충청일보 송근섭기자]16일 오전 7시 10분.

충북 청주지역 호우경보를 알리는 국민안전처의 재난 문자메시지가 요란스러운 알람과 함께 시민들에게 발송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청주지역 강수량은 16.8㎜에 불과했다.

호우경보 문자메시지를 받은 주민들이 창밖을 살폈을 때 이미 청주지역에는 물폭탄을 방불케 하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불과 1시간 동안 86.2㎜의 비가 청주지역에 내리면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청주시는 오전 7시 30분부터 무심천 하상도로 전 구간을 통제했다.

무심천 하상도로 등 낮은 지대에 차량을 주차해 둔 주민들이 밖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일부 차량이 침수된 상태였다.

오전 8시 30분쯤에는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가경동·비하동과 서원구 산남동 일부지역 도로에  1m 높이의 물이 차면서 차량이 떠내려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과 함께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차량에서 탈출해 침수 현장을 황급히 벗어나기도 했다.

청주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 동안 누적 강수량은 213.9㎜에 달했다.

이미 청주지역 주요 도로 곳곳이 침수로 통제됐고, 저지대 주택가에서는 집 안까지 밀려들어오는 물을 퍼내기 바빴다.

흥덕구 복대천 주변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물에 잠겨 서둘러 차량을 옮기려는 주민들로 소란스러워졌다.

중고매장 등에서 인도에 진열해 두었던 가전제품이 빗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등 재난영화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오전 10시 30분이 넘어가자 청주시청은 시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무심천과 명암저수지·율량천 등이 범람 위기에 놓였다.

비슷한 시각 청주시 상당구 용호사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불상이 쓰러지고 일부 신도들이 낙석에 맞아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인근 지역도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파손되는 등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청주지역을 덮친 폭우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281㎜가 넘게 쏟아진 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낮 12시가 되자 침수됐던 도로와 주택가도 서서히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고, 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초토화된 상가·집 주변 정리에 나섰다.

'4시간 물폭탄'이 할퀴고 간 상처에 일부 상인들은 낙담한 듯 주저앉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청주시 비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아침에는 물이 들어차 식당 주변에 접근조차 못했는데 와보니 난리통도 이런 난리통이 없다"며 "어디 가서 보상을 받느냐"고 토로했다.

용호사 주지스님은 "사찰 건물이 괜찮은지 둘러보다가 순식간에 산에서 토사와 나무, 낙석 등이 쏟아져 내려왔다"며 "불상이 쓰러지고 사찰 곳곳이 흙에 파묻혀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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