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19상황실 총출동에도
신고 폭주로 연결 지연
경찰과 공동대응도 차질
인력·시스템 정비 시급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충북 청주지역에 22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면서 112·119 등 긴급신고 전화도 폭주했다.
 
단시간에 신고전화가 몰리면서 연결이 지연되거나 경찰·소방 공동대응시스템도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재난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17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접수된 119 신고는 4103건이다. 연결이 되지 않은 신고전화는 제외한 것으로, 평상시(400~500건)의 10배 가까운 수치다.
 
평소 119상황실에는 8명이 근무하지만 이 날은 대부분의 직원이 소집돼 20여명이 근무했고, 김충식 충북소방본부장도 현장을 지휘했다. 그럼에도 초 단위로 밀려드는 신고 전화를 모두 소화하지 못해 "119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119로 연결이 되지 않자 다급해진 시민들은 112를 찾았다. 충북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지난 16일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접수된 비 피해 신고만 2120여건에 달한다.
 
일부 신고자는 "왜 긴급신고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느냐"며 112상황실 근무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각종 재난·범죄에 신속한 공동대응을 위한 '긴급신고전화 공동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고자가 112로 전화했지만 소방활동을 요구하는 상황일 경우 전산 프로그램 상 '공동대응 요청'만으로 신고내용을 곧바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 피해 신고를 접수한 112상황실 근무자들은 공동대응 요청을 하려 했으나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소방본부 측은 255건의 공동대응 요청이 접수됐다고 설명했지만, 경찰 측은 공동대응 시스템이 '먹통'이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16일 새벽부터 공동대응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결국 경찰에서도 일일이 전화로 통보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구 85만명의 도시에 동시다발적인 재난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가장 먼저 찾는 긴급신고 전화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다급한 상황에서 전화 연결이 지연되고, 경찰·소방의 신고내용 공유도 엇박자를 보이는 등 대형재난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인 구조적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긴급신고 전화 인력·장비 보강과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해 보인다.
 
충북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직원들이 쉴 틈 없이 신고전화를 받아도 모두 소화하기가 힘들었다"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인력·장비 확충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