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지역 물 빠지자 본격적인 작업 한창
주민들 힘 모아 쑥대밭 된 동네 치워
지자체·공공기관도 인력 집중 투입·지원

   
▲ 17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2리에서 마을 주민들이 가구와 집기류 등에 묻은 진흙을 제거하며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권보람기자

[충청일보 이정규·박건기자] "TV에서만 보던 수해(水害)를 제가 직접 겪을 줄은 몰랐어요."

17일 오전 집마당에 빗물에 잠겨 황토색으로 변한 그릇을 닦으면서 서의진씨(67) 부부가 내뱉은 탄식이다.

이들 부부는 전날 내린 폭우로 피해를 입은 가재도구를 마당에 몽땅 꺼내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저께 새벽까지만 해도 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했지만 시간당 최고 90㎜의 '물폭탄'을 맞아 집이 쑥대밭으로 변할 지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수마(水魔)는 서씨가 사는 주차장을 먼저 덮쳤다. 빗물이 빠지는 빗물받이가 물을 미처 배출하지 못하고 역류해 지하실 창문 쪽으로 유입된 것이다. 다용도실로 사용하던 지하실은 물로 가득찼다. 흙색으로 변한 그릇 등을 닦아내고는 있지만 기가 찰 노릇이다. 전날 아침부터 하늘 뚫린 듯 비가 들이닥쳤지만 설마했다.

하지만 비는 마당을 가득 채우고 집으로 들어가는 계단까지 올랐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서씨 부부는 어찌할지 몰라 김치통 등을 이용해 퍼내기 시작했지만 물폭탄을 이기기는 버거웠다.

오후 들어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다소 안심했지만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한참이 걸렸다.

서씨 이웃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가재도구 등을 모두 꺼내놓고 씻는 데 여념이 없었다. 흙탕물이 들이닥친 마당을 치우는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쓰레기장으로 변한 동네 골목도 이웃들이 합심해 치우고 있었다.
주택 근처에 있는 마트 물품을 보관하는 지하창고도 빗물로 인해 버릴 물품과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서씨는 "22년 만에 내린 비로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며 "집을 청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침수됐던 지역에 물이 빠지자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이뤄졌다.

충북도에서는 도 및 시군 자원봉사센터, 적십자사 충북지사, 지역새마을회 등과 연계해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자원봉사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직원 250여 명은 폭우피해를 입은 청주 모충동 지역을 찾아 시름에 빠진 이재민을 위로하고 침수된 가옥을 정비하는 등 대민지원에 나섰다. 37보병사단 장병 250명도 이날 청주 비하동과 봉명동, 증평 보강천 및 율리휴양촌에서 시설물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아울러 청주지방검찰청 직원 20여 명이 18일 피해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청주지방법원,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 국민연금공단청주지사 등 도내 주요 공공기관에서의 지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 도민의 참여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피해는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오히려 162만 충북도민을 하나로 만들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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