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덮친 청주 용호사 "전에는 흙 무너진 적 없어"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40년을 절에서 보냈지만 이번처럼 피해가 큰 적은 처음입니다."

17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용호사에서 만난 김범열 주지스님은 아수라장 된 사찰을 둘러보며 이 같이 말했다.

전날 290㎜가 넘는 비가 청주지역을 덮치면서 용호사 사찰 바로 뒤편 산에서 토사와 나무, 낙석이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사찰을 덮친 산사태로 불상이 쓰러져 파손됐고, 마당에 세워둔 차량은 절반이 흙더미에 파묻혔다.

주지스님과 사찰을 둘러보던 신도 1명도 낙석을 피하려다 부상을 입었다.

하루가 지난 뒤에도 여전히 사찰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마당은 1∼2m 높이의 흙더미가 쌓여 제 모습을 알아보기가 힘들었고, 쓰러진 불상과 나무, 돌덩이가 곳곳에 흐트러져 있었다.

사찰 관계자들은 이번 산사태의 원인으로 청주시가 2013년 조성한 '우암산 둘레길'을 꼽았다. 국립청주박물관부터 용호사를 거쳐 삼일공원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조성하면서 지반이 약해졌다는 주장이다.

김 주지스님은 "둘레길 조성 전에는 많은 비가 내려도 흙이 무너져 내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둘레길 탓에 피해가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한 관계자는 "숲길을 조성할 때 인공적으로 토사를 깎거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사태의 원인을 둘레길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며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지형적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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