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行' 충북도의원들 일정 취소 귀국길
각계 비난 고조… 민주·한국당, 징계 검토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속보=최악의 물난리에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원들에게 소속 정당이 징계를 검토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19일자 1면>

또 물의를 일으킨 해당 의원들은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하자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기로 했다.

19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전날 유럽 연수를 떠난 김학철(한국·충주1)·박봉순(한국·청주8)·박한범(한국·옥천)·최병윤 의원(민주·음성1) 등 4명이 전국적인 비난 여론이 일자 급히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인 이들 4명은 지난 18일 남프랑스와 북이탈리아 연수를 위해 출국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심각해 전국 각처에서 자원봉사단이 복구 작업에 동참,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시점에서 떠난 것이다.

의원 연수를 위한 예산은 4793만5000원, 이 중 도비로 지원된 금액이 4500만 원이다. 1인당 지원된 도비는 500만 원이다. 주민의 혈세 4500만 원이 차라리 복구 지원비로 사용됐다면, 고통받고 있는 피해 도민들에게 유용하게 쓰여졌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수재민들의 아픔을 도외시하고 해외연수를 강행한 이들에 대해 각계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설사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 해도, 사전예약으로 위약금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4명의 도의원들은 피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갔어야 했다"며 "특히 큰 피해를 입은 가경, 강서동 지역구 의원의 연수 참여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게 한다"고 비판했다.

충북경실련도 성명을 통해 "김학철·박한범·박봉순·최병윤 도의원은 즉각 사퇴하라"며 "각 정당은 연대책임을 지고 도민 앞에 사과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해당 의원은 물론 자격미달 의원들을 공천 배제할 것을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충북도당도 "갑작스러운 폭우로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도내 피해가 막심한 이 판국에 '풀뿌리 민의의 대변자'란 도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폭우 피해로 시름에 젖어있는 도민들로서는 이해불가"라며 성토했다.

정의당 충북도당도 논평을 내고 "정확한 피해규모조차 집계가 안 되고 있을 정도로 처참한 재해를 입은 충북도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피해복구와 지원에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할 도의원 4인이 한가롭게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며 "자유한국당 의원은 물론 민주당의 의원도 포함돼 있는데 도의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상식이하의 행태를 보이는 이런 지역정치인들 때문에 지역정치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8일과 19일 충북도의회는 일상 업무추진이 어려울 정도로 빗발치는 도민들의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충북도의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의회로 이런 항의 전화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답변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 차원에서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은 당무감사위원회를 거쳐 윤리위에 회부시킬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과 성명을 통해 "충북도의원들의 행동에 깊이 사죄드린다"며 "연수에 떠난 도의원을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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