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지난 21일 2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참사가 26일로 엿새째가 됐다. 제천이 생긴 이래 최악의 참사라고 한다. 이날 박한주·박재용 목사 등 3명의 영결식을 끝으로 희생자 모두가 사랑하는 가족과 작별을 고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아직 정확한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점차 인재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현장감식과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밸브가 폐쇄돼 화재당시 일부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음을 밝혀내는 등 총체적 건물시설관리 부실로 유례없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고 발생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대표 등이 앞다퉈 직접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소방관을 격려했다. 화재발생 원인을 놓고 여야간 정쟁으로 비화돼 지탄을 받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여야 모두 이구동성으로 재발방지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정치권의 공언처럼 이번에는 정말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달라진' 안전체계가 수립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처럼 온 국민이 이번 제천화재참사를 반면교사삼아 안전한 한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나 개탄스럽다. 보도에 의하면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유족과 한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이 인터넷 악성댓글로 씻지 못할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한다. 참사 관련 기사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유족과 소방관을 겨냥해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하는 악성 댓글들이 도배되면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소방 당국의 늑장 대처를 비판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 관련 기사에는 도를 넘어선 댓글이 달렸다. "와∼ 대단한 유족이네요∼이런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있다니"라거나 "애도하는 맘이 싹 달아난다. 유가족 갑질 장난 아니네", "무슨 일만 생기면 꼬투리 잡기 바쁘구먼. 동정심도 사라지네"라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무식한 ××들아 입이라고 함부로 늘리지 마라"는 등 욕설에 가까운 댓글들도 있다. 화마와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도 악성 댓글로부터 상처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한 누리꾼은 "소방관들 하루종일 족구하고, TV 보고 놀고 있더라. 소방차가 물이 안 나오는지 점검도 안 하느냐"며 근거 없는 비난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소방관 ××××", "물만 뿌리다가 질식사로 다죽여놓고…", "사람을 구하지도 못하면서 쇼하러 출동했나", "화재 진압하러 가면서소방복만 입으면 전문가냐" 등 원색적인 글들도 적지 않다. 정확한 사실관계 없는 무차별적인 악플은 유족과 소방관들을 두번 울리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본인이 유족과 소방관들처럼 당사자라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근거없는 악플은 직접적인 피해자 뿐만아니라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암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악플 근절을 위해 이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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