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부장 박성진

[사회2부장 박성진]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희망차게 밝았다. 무술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 개띠'의 해다. 개는 인류와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개는 충직, 용맹, 총명의 상징이다. 사람들이 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이유다.

새해를 불과 열흘 앞둔 12월21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를 종합하면 전형적인 인재(人災)가 낳은 비극이다. 불법 주·정차들이 소방차 진입을 막은 탓에 '골든 타임'을 놓쳤다. 불법 증축으로 연기가 빠져나갈 수 없어 인명피해는 컸다. 비상로가 막힌 2층 여성 사우나에서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인구 13만명이 삶의 터전을 꾸린 제천에는 고작 화재진압 요원 30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구조요원도 12명에 불과하다. 다른 긴급상황으로 출동했을 경우에는 이마저도 제대로 출동할 수 없는 구조다.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도 각각 1대 뿐이다. 세월호 판막이라고까지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전국민은 큰 슬픔에 잠겼다. 성탄 캐롤이 가득해야 할 도심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제천 참사'를 정쟁으로만 삼았다. 하루 빨리 소방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를 교체할 수 있는 법안 마련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사고만 나면 정치인들은 득달같이 달려와 희생자들을 부둥켜 안고 슬픔을 함께 한다고 흐느낀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돌아서면 망각하는 듯하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슬픔을 가슴에 품고 다시는 '제천 참사'와 같은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이 불법 주정차 된 차량들을 부수고 진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노후된 장비 때문에 소방관들이 현장 활동을 벌이다 부상을 입지 않도록 개선해 달라는 얘기다.

목숨 걸고 현장에 진입하는 소방관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국회가 힘을 보태달라. 소방관들은 초인이 아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은 사건·사고 현장에서 초인(超人)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신(神)에게 기도한다. 소방관들에게 신은 다름아닌 풍부한 인력, 안전한 장구다. 인구에 걸맞는, 다중이용시설 분포에 적정한 인력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회가 발전할 수록 빌딩은 높아지고 넓어진다. 그 건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그럴수록 안전은 더더욱 중요한 국민적 관심사가 된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국회를 원한다. '황금 개띠'의 무술년 새해에는 부디 충직한, 용맹스러운, 총명한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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