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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나 먹어. 야 들은 난중에 또 해믄 됭께." 철용네가 철재의 밥 위에 있는 계란부침 조각을 재빠르게 철용의 밥 위에 얹어 주며 철재에게 눈치를 줬다. "아녀, 서울 사람들은 맨날 달걀하고 밥 먹는댜. "누가 그라는데?" 철준이 밥을 먹다 말고 철재에게 물었다. "우리 형 서울 간다고 항께 인자가 그러드라. 서울 사람들은 맨날 쌀밥만 먹응께, 철용이 오빠도 인제 팔자 폈다고." "쯔쯔, 인자가 니 친구여? 너하고 같은 학년이여?" 철용네가 철재의 말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2.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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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십 개면 사람들이 죄다 영동으로 모이면, 영동이 들썩들썩하겄구먼. 그라고 봉께 오늘이 영동 장날이잖여." "사 일하고 구 일이 영동장날인데, 오늘이 이십사 일 잉께 장날이지. 장 볼 일이라도 있능개비지?" "학산 장 볼 일도 읎는 사람이 영동 장은 무슨……" 김춘섭은 쓸쓸하게 웃으며 마을 어귀로 들어섰다. 해룡네가 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문득 해장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지워버리고 둥구나무를 바라본다. 순배영감과 변쌍출하고 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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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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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는 지게에서 똥장군을 내려서 들고 고무신을 신은채로 첨벙거리며 또랑 안으로 들어갔다. 지푸라기를 뚤뚤 만 것으로 똥장군을 씻으며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열 시에 출발한다고 하지 않았남?" "해필이믄 이릏게 바쁜데 연설회를 한다고 지랄들이댜. 똑똑한 놈 뽑는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말여."박태수는 하늘을 본다. 하늘은 흐리지만 바람은 선선하다. 바람이 선선한 걸 보니 오늘 날씨는 좋을 것 같다. 이런 날은 고추밭에 재를 뿌리기 딱 좋은 날씨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여. 민의원 후보들 연설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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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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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숙이 아부지는 아무런 죄가 읎슈. 내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한테 이병호 저 인간 백정 같은 놈을 빨리 불러들이라고 빽을 쓸 모냥잉께 어여 밧줄을 걸어유." "그, 그려." 윤길동은 난 니덜한테 죄가 읎어. 라는 말은 목구멍 안으로 삼키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쇠고삐를 든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며 빙빙 돌려서 둥구나무 가지를 향해 홱 공중으로 던졌었다. 설마, 그 일 때문에? 아녀, 그를 리가 읎어.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원한서린 눈빛이 아니었단 말여. 윤길동은 둥글고 좁은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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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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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님, 쇠고삐 갖고 왔슈." 박평래가 쇠고삐를 둘둘 말아서 들고 왔다. 이병호는 박평래의 말에는 대꾸를 하지 않고 잠자코 너럭바위 위로 올라갔다. 잘게 기침을 하고 나서 형제를 빙 둘러 싸고 있는 남정네들을 천천히 돌아다봤다. 남정네들은 이병호와 마주칠 때마다 죄를 지은 것처럼 움찔 놀라도 뒤로 물러선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저 놈들한티 부모가 죽은 사람이 있으믄 앞으로 나와봐유. 기냥 죽은 것도 아녀. 칼날 같은 대창에 수도읎이 찔려서 몸띵이가 벌집츠름 돼서 죽은 부모가 있으믄 이 앞으로 나와 보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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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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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배영감은 일행 가운데서 끌려오는 자식들을 바라본다. 조선시대 때 죄인처럼 칡넝쿨로 어깨를 휘감아 허리를 동여 맨 형제는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다. 형제를 둘러싸고 있는 동네사람들이 오히려 죄인처럼 주눅 든 얼굴로 땅바닥만 쳐다보며 오고 있다. "나도 이 동리서 태어났고 이 동리서 이때까지 살았구먼. 이놈들이 뉜지도 잘 알고 있어. 내 눈에는 이놈들이 우리 동리 사람들로 안 보여. 내 눈에는 동리 사람들을 선동해서 우리 아부지 어머를 대창으로 찔러 죽인 놈으로 벢에 안 보인다는 말일씨. 우리 동네 사람이라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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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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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어둠이 내려 깔릴 즈음에 토끼굴 앞을 지나치고 있을 때였다. 대창으로 풀숲 여기저기를 마구잡이로 쑤시고 다니던 동네 사람들 중 어느 한명이 토끼굴을 한번 뒤져보자고 제안했다. "설마, 저기 숨었겄어?" "그려, 바보 숙맥이 아닌 이상 눈에 뻔히 보일 장소에 숨어 있을 턱이 읎어." "그람, 대관절 워디 숨어 있는 거여." 사람들은 잠깐 토끼굴 앞에서 멈추기는 했지만 굴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윤길동도 밖과 다르게 이미 캄캄해진 굴 앞에서 멈췄다. 그러나 몇몇 사람이 한마디 씩 던진 말을 바람결에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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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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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네가 천천히 눈을 뜨고 윤길동을 향해 돌아앉으며 단정을 짓는 목소리로 물었다. "학산 사람치고 우리 동리 둥구나무 있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서 자꾸 해꼬지를 하고 있구먼." "내 참 별 잡스러운 말을 다 듣는구먼. 사람도 아니고 둥구나무가 워티게 사람을 해꼬지 한댜." 윤길동은 꼬막네를 빈정거리기는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다. 향숙이가 둥구나무 고사 지내는 날 처음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 떠올라서 말과 다르게 굳은 얼굴로 꼬막네의 눈치를 살폈다. "그 둥구나무에 젊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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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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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숙이 아프다는 말에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간 얼굴로 축 늘어져 있던 모리댁이 힘없이 중얼거린다. "시방 그기 문제가 아니잖여. 논 일은 내가 오 씨한티 시킬 모냥잉께 어여 옷이나 내 놔. 학산 약은 효과가 읎는 거 같응께 영동에 있는 자생당에서 지어와야겄어. 사람들 야기를 들어 봉께 자생당 의원이 약을 참 잘 짓는다고 하드만." "가드라도 아침은 자시고 가셔야쥬." "시방 아침이 문제여. 증 배가 고프믄 영동 시장통에서 국시라도 한그릇 사 먹을 모냥잉께 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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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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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디서 들은 귀는 있구먼. 꼭 억울하게 죽은 귀신만 들어오라는 법은 없구먼. 조상 중에 똑똑한 조상이 있어서 따슨 밥 세끼는 먹고 살게 할라고 들어오는 수도 있구먼. 이 짓이 보기에는 거러지 사촌 같지만 밥 굶는 일은 읎거든. 그릏다고 떼 돈 벌 일도 읎어. 꼭 돈이 떨어질만하믄 딱 먹고 살만큼만 돈이 들어 옹께, 참말로 신기하기도 하지." "우리 집안에 똑똑한 조상이 있으믄 족보라도 있지. 족보도 읎는 집구석에 머 대단한 조상이 있겄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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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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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 면소재지에서 장사를 하는 집 딸들이나 공무원 딸, 심지어는 중학교나 국민학교 선생 딸도 향숙이만큼 피부가 곱지 않고 무의 속살처럼 하얗지가 않다. 향숙이는 피부만 투명하도록 흰 것이 아니고 커다란 눈망울 하며 반듯한 콧날에 도톰한 입술은 도시 학생들 뺨칠 정도로 예쁘다. 얼굴 예쁜 것들 치고 얼굴 값 하지 않은 것들 없다고 한다. 그런데 향숙이는 예외다.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고 마음씨고 비단결처럼 곱다. 고등학교 까지만 졸업을 시키면 장차 서울에 있는 은행원이나, 부잣집으로 시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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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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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네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윤길동 앞에 있는 파랑새 담배를 끌어 당겼다. 담배를 입술 끝에 물고 치익 거리는 소리가 나도록 성냥을 켜서 불을 붙였다. 부면장 아들한테 가야 할 살煞이 엉뚱한 데로 간 모냥이구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둥구나무 근처에서 혼절을 했었다면 살煞을 맞은 것이 틀림없다. 작년 11월에 들례와 함께 은젓가락 한 쌍을 둥구나무에 박아 놓은 적이 있다. 효과가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둥구나무한테 고사를 지냈더니 둥구나무 다리에 박힌 젓가락도 빼내지 않고 고사를 지냈다고 목신木神이 저주를 내린 것이다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2.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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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거라뉴? 요새 같은 춘궁기에 새참으로 고구마래도 먹을 행핀이 됭께 하늘이 쥐똥만하게 보이능개벼. 파랑새 한값 살 돈이믄 보리쌀을 반되 살 수 있슈. 보리쌀 반되면 우리 식구가 배 뚜드리고 먹을 수 있는 양식인데 그걸 연기로 날려 보냉께 워치게 가만히 귀경만 하고 있을 수 있슈……으……응, 그래 목이 말라. 그람 물을 먹어야지." 상규네는 주전자 뚜껑에 물을 받아서 인자의 입에 대주면서 말을 계속한다. "상규는 운동화가 걸레가 돼서 학교 갔다 오면 양발까지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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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2.0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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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가 바가지 안에 담겨있는 고구마 반쪽을 들어 박태수에게 내민다. "너도 지지바라고 애비 챙기는 거여?" 박태수는 귀여워서 견딜 수 없다는 얼굴로 인자의 이마에 뽀뽀를 한다. 상규네는 억척스럽게 구덩이를 파고 있다. 그 뒤로 멀리 논둑을 따라 물길을 파고 있는 오씨의 모습이 보인다. 오씨는 도지를 붙이는 논이 없다. 오씨가 삽질을 하고 있는 논이 누가 부치는 논인지 가만히 살펴보니까 윤길동이 부치고 있는 논이다. 길동이가 어디 멀리 갔나? 도지 농사라는 것이 순전히 인건비 따 먹기다. 소작인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높을 얻어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2.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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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질을 하는 동안 풀을 뜯어먹지 못하도록 주둥이에 부리망을 씌운 암소는 논둑까지 가면 고삐를 잡아당기지 않아도 저 혼자 반원을 그리며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가 박태수처럼 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가지 않고 이웃의 황인술이 부치는 논 안으로 들어간다. 박태수는 손등에 말아 쥔 고삐를 끌어 당겨서 반대방향으로 방향을 틀며 뒷걸음을 친다. "미룰 거를 미뤄야지 짝아서 진규나 입어야 될 똥 말똥 한 옷을 워티게 입으라는 거유. 머스마들만 댕기는 핵교라믄 몰라도, 지지바들도 같이 댕기는 핵교라서 채육선생님한티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2.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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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부 3장 서울 하늘 아래서 162 회 그런 집에서는 아침은 밥을 지어 먹고 점심이나 저녁은 고구마를 삐져 넣은 고구마죽이나, 쑥을 넣고 끓인 쑥죽, 콩나물죽에, 나물죽을 끓여 먹기 예사라서 보리쌀도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다. 그렇게 귀한 보리쌀 한 말을 한 자리에서 마셔 없앤다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리쌀 한 말 값이 문제가 아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일단 비료를 배급받아야 한다. 그래서 일단 비료를 배급해 준 다음에 비료대를 또 받아야 먼저 밀려 있는 돈을 갚을 수 있기 때문에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2.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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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뉴. 영동서 학상장에 고무신 팔러 오는 집이 그 집 벢에 읎잖유. 나머지 세 집은 모두 학산 사는 사람들이고. 좌우지간 그 형도 츰에는 가게도 읎이 난전에서 고무신을 팔았잖유. 하지만 시방은 착실하게 기반을 닦았슈. 영동가서 집사고 가게 있으믄 더 이상 멀 바라겄슈." "에이그, 나도 진작에 모산을 떠야 하는데 구장 노릇 및 년 만에 늘어 난 거는 빛 벢에 읎고, 생긴 것은 주름살 벢에 읎으니 먼 수로 장사를 한다능겨. 그래서 하는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2.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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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하는 병락이도 사장 뒤에서 허리를 숙이고 어깨 너머로 신문을 보고 있다. "어이! 여기 빼갈 한 도꾸리 더 가져 와 봐." "야, 얼릉 갖다 드려." 주방 뒤쪽에 있는 골방에서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새 나왔다. 신문을 보던 진사장이 고개를 들지 않고 팔꿈치로 뒤에 서 있는 병락의 배를 쿡 친다. "시방 갖고 가유!" 병락이는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 안에는 나무 상자 안에 한 되짜리 유리병에 들어 있는 고량주가 짝으로 있다. 뚜껑이 연 흔적이 있는 한 되짜리 병을 꺼내서 손바닥만 한 호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3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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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이 서늘해지며 다리의 힘이 쭉 빠져 나가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덜썩 주저앉으며 시훈의 바지자락을 잡고 애원을 했다. "긴 말 안겄어. 왜 우리 형이여. 왜 우리 형을 강도로 몰았냔 말여." "시훈에 잘못했네. 내……내가 무조건 잘못했으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게 응?" "내 동상이 하는 말을 똑바로 못 들었능개비구먼. 왜 나를 강도로 지목항겨? 난 그날 즈녁 오 사장네 집 근처도 안 갔단 말여. 그걸 니 놈이 젤 잘 알고 있었잖여. 근데 왜 내가 오사장을 찌르고 돈을 훔쳐간 거 같다고 그짓말을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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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코를 골며 자는 줄 알았던 여자가 커튼을 들추고 모습을 드러냈다. 시훈이 형제는 주인여자가 하품을 섞어 하는 말을 듣고 서둘러 선술집에서 나왔다. 꽃샘추위를 동반한 4월의 밤바람은 서늘했다. 옷깃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차가왔으나 경훈은 큰일을 앞두고 있다는 긴장감에 춥다는 걸 느낄 수가 없었다. 말없이 담배를 피우며 인천상회가 있는 곳으로 갔다. "형, 시방 쳐들어 가믄 딱 맞겠구먼." 인천상회 앞에서는 서상철이 문짝을 닫고 있는 중이었다. 경훈은 몇 분만 늦게 왔으면 오늘 일이 허사가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급하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25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