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마이크 없인 공연 불가능” 비판

▲ 청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리모델링사업 당선작 평가사유서. 심사위원단은 이 문서에서 ‘공연장 음향계획을 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명시하며, 당시 설계 단계에서 음향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 청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리모델링사업 당선작 평가사유서. 심사위원단은 이 문서에서 ‘공연장 음향계획을 위한 전문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명시하며, 당시 설계 단계에서 음향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속보=시야 차단 논란으로 비판을 받은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리모델링 사업이 이번에는 음향 결함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리모델링 이후 공연자들이 “마이크 없이는 공연이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39억원을 들인 공사가 공연장의 기본 기능인 소리 전달마저 무너뜨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본보 3·4·5일자 1면>

소공연장 재개관 이후 무대에 오른 음악가들은 한목소리로 음향 문제를 제기했다.

한 클래식 기타 연주자는 “천장이 소리를 흡수해 연주음이 객석으로 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악가 역시 “공간의 울림이 사라져 세 번째 줄만 넘어가도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며 “공연장이 아니라 회의실에서 노래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주에서 오랜 기간 공연을 이어온 한 음악감독은 이번 리모델링이 구조적으로 음향 개선이 불가능한 설계였다고 분석했다. 무대는 새로 단장됐지만 음향의 핵심 요소인 반사판이 설치되지 않았고 천장 조명 구조가 소리의 반사를 차단해 음향이 위로 흡수되는 형태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연스러운 잔향이 사라지고 공간의 울림이 완전히 죽어 클래식·성악·국악 등 대부분의 공연이 마이크 없이는 정상적인 연주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 연주자뿐 아니라 아마추어 음악인들까지 음향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연주자들은 “마이크를 사용해도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연을 마친 뒤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 무대에서는 더 이상 자연스러운 울림을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현장의 불만이 크다.

음향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설계 단계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로 보고 있다.

예비심사위원을 포함해 설계공모 심사위원 8명 전원이 건축 전공자였으며, 음향·공연공학 분야 전문가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음향 시뮬레이션이나 잔향 분석, 반사판 설계 검토 같은 기본 절차가 생략된 채 ‘예산 내 설계’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한 음향기술 전문가는 “공연장은 스피커로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자연음이 객석 전체로 고르게 퍼지려면 천장 반사판, 벽면 재질, 무대 높이, 잔향 시간까지 통합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리모델링은 건축물 미관에만 집중해 결과적으로 공연장 본연의 기능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공연장 간의 소음 간섭 문제도 제기됐다.

음악가들은 “소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면 소리가 그대로 대공연장으로 유입된다”며 “기본적인 방음 구조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관을 서두른 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지휘자는 “지금이라도 전문가 검증을 거쳐 구조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변식 음향판만 설치해도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제안했다.

청주시 문예운영과는 소공연장의 음향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음향 문제를 포함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행정 절차상 즉각적인 보완은 어렵다”며 “내년 예산에 반영해 단계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예산과 구조적 한계를 고려해 외부 자문단을 구성하고 공연장 전반에 대한 재검증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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