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연 상황 지켜본 뒤 개선” 답변
시민·예술계 “운영만 우선, 책임은 뒷전” 비판

▲ 시야각 확보와 음향보다는 공간디자인에 치중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청주예술의전당 로비.
▲ 시야각 확보와 음향보다는 공간디자인에 치중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청주예술의전당 로비.

 

속보=청주시가 39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이 시야 사각(死角)과 음향 불량 논란에 휩싸였다. 시는 “당분간 공연을 지켜본 뒤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사실상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어 ‘무대 뒤편으로 물러선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여기에 내년 하반기 추가 대관 공고까지 내면서, 빠른 개선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공연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본보 3·4·5·6·7일자 1면>

10일 청주시 문예운영과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야 불편과 음향 문제를 모두 인식하고 있다”며 “공연장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할지는 “아직 생각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전문가 자문 검토 중’이라는 말 외에 실질적 개선 계획은 없는 셈이다.

시는 현재 천장 음향 반사판 30개 외에 추가 반사판 설치, 커튼 흡음재의 가변 운영, 무대 후면 재질 변경 등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공연 장르에 따라 잔향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흡음 커튼을 유동적으로 설치·해체하고, 시범운영 결과를 본 뒤 이동식 반사판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연계에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공연기획자 A씨는 “시민이 공연장에 기대한 건 반사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리와 시야”라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행정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주시는 대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 개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낳고 있다. 시는 시야와 음향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지난 10월 16일 ‘2026년 하반기(7~12월) 문예 시설 정기대관 공고’를 냈고, 지난 3일에는 내년 하반기 대관 가능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고문에는 “하반기 대관 가능일 외 추가모집도 병행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시야와 음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 일정이 계속 추진되자 지역 예술계는 “리모델링은 끝났지만, 행정의 검증은 시작조차 안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재개관 이후 관객 민원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객석에서는 “무대가 안 보인다”, “마이크를 써도 소리가 퍼진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앞줄 3열부터는 무대 하단이 전혀 보이지 않아 ‘배우의 발이 사라지는 공연장’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예술단체 관계자는 “이 정도 시설이라면 차라리 리모델링 목적을 ‘무대 감추기’로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시공 실패가 아닌 공공문화시설 검증 부재의 결과로 보고 있다.

문화기획자 A씨는 “39억원을 투입하고도 공연 전문가의 검증 없이 공모·심사·설계가 진행됐다”며 “그 부실한 절차가 지금의 ‘보이지 않는 무대’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지켜본다’는 말 대신 구체적인 개선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며 “시민 세금으로 만든 공연장을 시범운영의 실험실로 삼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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