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열 이후 앞사람에 가려 무대 중심 사라져… “무용은 뒤에서” 해명에 반발
시 “시야·음향 전면 재검증, 좌석·단차·운영 병행 보완”
속보=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 리모델링을 둘러싼 ‘시야 사각’ 논란이 설계사의 “관객이 몸을 틀면 된다”는 무책임한 해명으로 기름이 붙었다. <본보 3·4·5·6일자 1면>
소공연장 설계를 맡은 A건축사는 “공연자가 잘 보이지 않으면 관객이 몸을 좀 틀어서 보면 되지 않냐”고 밝히자, 시민과 예술계는 “공공공연장의 기본인 관람권을 관객에게 떠넘긴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보는 개관 직후 객석 전 구간을 점검한 결과, 중앙열 3열 이후 좌석에서 앞사람의 머리에 가려 무대 중심이 광범위하게 가려지는 시야 결함을 확인했다.
취재 당시 시설팀 관계자도 현장에서 관람객의 시야각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진 촬영 결과 바로 뒷좌석에서는 무대 중심인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좌석이 다수 존재했다. 대각선(엇배치) 자리에선 일부 개선됐지만, ‘정중앙 직선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점이 핵심이다.
A건축사는 “리모델링은 200석 유지, 좌석 폭 확대, 안전 확보를 우선 고려했고, 로비와 무대의 레벨 차 등 구조적 한계로 단차를 과도하게 줄 수 없었다”며 “좌·우측 엇배치로 개선을 시도했고, 중앙은 몸을 약간 기울이면 관람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무용처럼 시야가 불리한 장르는 무대를 뒤로 배치하는 운영 보완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건축사는 단차를 높이지 못한 이유로 “불이 꺼진 상태에서 이동 시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논리를 제시했으나, 공연 전문가들은 이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공연 중 조명이 꺼졌다는 것은 이미 공연이 시작된 상태를 의미하며, 이때 관객의 이동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부득이 이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안내 요원의 통제 아래 진행되기 때문에 ‘불 꺼진 상태의 안전 문제’가 단차 조정을 막을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구조적 한계보다 책임 회피에 가까운 궁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 무용단 관계자는 “무용은 손끝·발끝, 호흡까지 포함한 몸 전체가 작품인데 ‘무대를 뒤로 밀라’는 말은 연출을 시설 결함에 맞추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클래식 연주자 역시 “관객은 연주자의 손놀림과 페달링까지 보기 위해 공연장에 오는데, 앞사람에 가려 무대가 보이지 않는 좌석이 존재한다면 공연장의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좌석 단차 재설계(안목선·시차 기준 재산정) △일부 좌석 감축 및 등급 조정(시야 제한석 고지) △무대 운용 가이드(객석과의 거리·높이 최소 기준) △독립 음향 재검증을 제시한다.
“안전·편의와 관람권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동시에 충족돼야 할 기본값”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청주시는 “최근 제기된 시야·음향 문제를 전면 재검증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좌석 등급·판매 제한, 무대 운용 가이드라인, 일부 단차 조정 등 즉시 가능한 대책을 검토하고, 필요시 추가 예산을 통해 좌석 재배치와 구조 보완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시야 불량 △설계 공모 절차 부실 △음향 불량 △설계사 해명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객에게 “몸을 틀라”, “뒤에서 공연하라”는 식의 해명은 공공시설의 책임을 관객과 예술가에게 전가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면, 그 한계와 대안(좌석 감축·단차 상향·시야 제한석 고지 등)을 설계·심사·준공 전 단계에서 투명하게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와 설계·감리단은 시야 불량 논란의 원인과 책임, 향후 개선 일정을 명확히 담은 공식 로드맵을 마련해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재옥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