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청와대 춘추관서 3차 대국민담화
"여야 합의 일정·절차 따라 물러날 것"
국정농단 사태 관련 또 직접 책임 부인
靑 "수일내 질의응답식 기자회견 마련"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9일 오후 2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면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정치권서 지혜를 모아줄 것을 호소 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발표 내용은 정관계 원로들이  27일 모임을 갖고 '내년 4월까지 하야' 요구와 새누리당 비박계의 같은 날 내놓은 '명예로운 퇴진' 요구를 수용하면서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는 과정은 국회로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회색 바지와 자켓 차림으로 연단 앞에선 박 대통령은 "저의 불찰로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이번일로 마음아파하시는 국민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내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정계 은퇴의사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돌이켜보면 지난 18년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거듭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뜻을 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고심해왔다는 사실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을 쏟아졌으나 "오늘은 여러가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경위를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며 기자회견장의 출입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질문하고 싶은 것도 그때 하시면 좋겠다"고 밝히고 총총히 퇴장했다.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후 "수일 내에 자세한 내용을 밝히는 질의응답식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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