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12일 만에 '피의자 신분' 檢 소환 조사
메시지 짤막… 유영하·정장현 변호사 동석

▲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 포토라인에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인용 결정으로 파면한지 12일만이며, 청와대를 나와 자택으로 돌아간지 9일만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간단히 밝히고 청사로 들어갔다.

당초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기대와는 달리 짤막한 통상적인 언급에 그쳤다.

취재진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대응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청색 외투 차림으로 자택을 나와 오전 9시 15분 대기하던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에 올랐다. 삼성동 사저를 출발해 경찰의 순찰차와 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8분 만인 오전 9시 23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 일행이 탄 차량은 선정릉역 사거리 거쳐 남쪽 방향으로 직진하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테헤란로에 접어들었다.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역삼역사거리, 강남역사거리, 교대역사거리를 지난 마지막 교차로인 서초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대법원과 마주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서편 입구로 들어왔다. 자택 출발 8분만에, 이동 거리는 약 5.5㎞였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일행 차량의 이동 구간에서 교통신호를 통제해 멈춤 없이 질주했고, 일부 언론사 취재진의 오토바이들이 따라붙고, 경호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위험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 간부가 이용하는 이른바 '금색 엘리베이터'가 아닌, 사건 관계인과 직원들이 이용하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당초 검찰수사본부 수뇌부 집무실이 있는 13층에서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티타임을 가질 것으로 예상과 달리 곧바로 조사가 진행될 1001호 조사실 옆 휴게실에서 부본부장인 노승권 1차장검사와 10분가량 차를 마시며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노 차장검사는 조사 일정이나 진행방식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이 사건 진상규명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답변했다.

본격적인 조사는 면담을 마친 직후 9시 35분부터 시작됐다. 면담과 조사현장에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서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동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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