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득이 사건' 인근서 50대 男 착취 확인
16년간 하루 14시간 노동에도 임금은 전무
농장주 "금전문제, 각서대로 나중에 해결"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최근 '축사노예' 사건으로 떠들썩한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에서 이번에는 16년 동안 무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한 50대 남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마을 주민들과 오창읍사무소 등에 따르면 오창읍의 한 마을에 사는 K씨(56)는 이곳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Q씨(53)의 집 앞마당에 설치된 컨테이너박스에서 잠자리를 해결하고 있다. 날이 더운 요즘에는 Q씨의 집 안에서 기거하고 있다.

K씨는 20여년 전 충남 천안의 한 마을에서 Q씨의 일을 도우며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수년 전 오창저수지가 조성되면서 현재 거주하는 이 마을로 이주했다.

K씨는 2000년부터 16년 동안 Q씨의 농장에서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노동을 해왔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했다.

하지만 K씨는 Q씨에게 월급 등 어떠한 형태로도 노동력 제공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 명의로 2000년 11월에 작성된 '각서'가 이를 입증한다.

이 각서에는 급여액과 지급 일자 등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담겨 있지 않으며, 다만 "임금은 서로 헤어질 때 전셋집을 얻어주는 것으로 서로 정산한다"고만 적혀 있다.

이는 매달 지급되는 형태가 아닌 서로 각자의 길을 갈 때 한꺼번에 챙겨주겠다는 것으로, 임금을 제때에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취재가 시작되자, 오창읍사무소는 지난 18일 K씨와 Q씨, 마을 이장을 2차례 면담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오창읍사무소는 K씨의 주민등록주소지인 충남 천안시 동면사무소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당시 제출한 통장 거래내역을 조회한 결과, 십수년 동안 입·출금 내역이 없는 것으로 재차 확인했다.

이에 대해 Q씨는 오창읍사무소에 "알코올중독 증상이 있는 K씨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잘 보살펴 왔다"며 "담뱃값과 술값 등 용돈 형태로 돈을 줬고 외상값도 다 내가 갚아 줬다. 임금은 각서대로 나중에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부 마을 주민들은 "K씨가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우리에게 종종 털어놓았다"며 "술값 외상도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오창읍사무소는 일부 마을 주민들에게 Q씨와 관련해 얘기한 내용들은 대부분 K씨가 취중 상태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창읍사무소 관계자는 "노동력 착취는 물론 일부 마을 주민들 의견에 대해서도 확인했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며 "임금착취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안인 만큼 행정기관이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아 종결졌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시골마을은 대부분 선·후배 사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잘못 말했다간 배신자가 된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도 쉬쉬하고 있다"며 "겉으로 보이는 것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관계기관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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