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 대란 피했지만… 시민 시선 '싸늘'
"볼모 잡고 파업, 예견된 사태… 양측 모두 한심"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당장 출근길 교통대란은 피했지만, 추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걱정돼요.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파업하겠다는 버스노조도 그렇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예견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진즉에 대안을 못 내놓은 정부도 이해 안 돼요."

학원에서 일하는 박수민씨(26·여)의 직장은 서원구 사창동에 있다. 그는 매일 40-2번 버스를 타고 직장에 출퇴근한다. 요일에 따라 출근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주에 이틀은 오전 9시까지 학원에 나와야한다.

박씨는 15일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원망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힘들게 일하시는 아저씨(버스 근로자)들을 보면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지만 피해는 저를 포함한 시민들의 몫"이라며 "시민 편의를 이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조의 모습이 보기 좋진 않다"고 말했다.

청주시 시내버스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 연장을 조건으로 15일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하면서 당장의 '출근 대란'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버스노조가 결의한 버스파업을 두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시민의 불편이 발생해도 파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버스노조를 비롯해 시내버스 요금 인상 등 국민 혈세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30) 역시 "오늘도 출근길에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 몇 대는 그냥 보내고 세 번째에 겨우 탈 수 있었다"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이미 예상된 사태였는데 손 놓고 있던 정부와 지자체가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버스 요금인상 등 교통비 부담 가중을 벌써 걱정하는 시민도 있다.

시내버스를 통해 대학교를 등교하는 학생 이정현씨(24·여)는 "만약 총파업이 진행되면 택시를 타고 통학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학교를 갈 수 있지만 만약 파업이 속행되면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어 "버스 요금 인상 등으로 파업을 철회돼도 학생입장에선 교통비 인상은 똑같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전국 버스노조의 파업예고를 두고 인터넷과 SNS 등에서 시민들은 파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한국노총 전국 자동차 노동조합연맹 소속 청주지역 시내버스 업체인 청신운수 등 4개사 노사는 지난 14일 오후 6시쯤 단체협약 협상을 시작했다.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 노조가 교섭 연장에 합의하고, 파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오는 24일까지 10일간 조정기일을 연장하고 단체협약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준공영제 시행 여부에 따라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음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져 모두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소속 청주지역 버스업체 4개사는 버스 264대를 운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 소속이 아닌 우진교통과 동양교통 버스 173대를 제외한 전체 시내버스 60%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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