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청탁금지법' 시행

▲ [충청일보 임동빈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동청주세무서에서 직원들이 '청탁금지법 알림 스티커'를 입구에 부착하고 있다.

식사 3만·선물 5만·경조사 10만원 ↑ 과태료
공직자 등 대상자들 시행 전부터 몸사리기 
사실상 모든 국민이 영향… 관련 산업 위축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추진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대변혁이 불가피하다.

청탁금지법의 핵심은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은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직무 관련성·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에서는 청탁금지법의 직접적인 대상자가 약 240만명, 배우자 등을 포함한 전체 적용 대상자는 400만명 가량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10% 가량이 청탁금지법 대상자인 셈이다. 여기에 청탁금지법 대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건넬 경우 처벌받기 때문에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청탁금지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탁금지법이 대한민국의 경제·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대상자들은 이미 한껏 몸을 사리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 기간 국회의원과 피감기관의 식사 자리가 대부분 없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식사는 물론 지역 특산물 등을 선물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처럼 이뤄졌지만 청탁금지법 시행과 맞물려 단번에 사라졌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직사회에서는 요즘 저녁식사 약속을 잡는 것이 일종의 민폐처럼 굳어졌다. 28일 이전에 중요한 모임·간담회 등을 진행하고 이후로는 식사 약속 자체를 꺼리고 있다. 공연히 별다른 생각없이 식사를 했다가 청탁금지법 시범 케이스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골프 약속도 거의 금기시됐다.

결혼식·장례식장 등에 화환을 보내거나 축하용 화분을 보내는 문화도 더 이상 미풍양속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축·부의금과 화환을 함께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선물용 화분도 5만원을 넘기면 법 위반이다.

공무원·직장인 뿐 아니라 대학생들도 청탁금지법 탓에 고민이 또 늘었다. 법에서는 학생의 취업으로 인해 일정 시간 출석을 인정해주는 '취업계' 관행도 금지 시켰다. 대부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취업에 나서는 대학가 문화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취업계 금지'는 청년 구직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학부모가 자녀를 위하는 마음에 교사에게 건네는 선물이나 식사 대접도 불가능하다. 교사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주고받던 선물 역시 5만원을 넘으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지난 추석부터 '덜 주고 안 받자'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대부분의 관행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처벌 대상이 된다.

부정청탁·금품수수 등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모든 것이 금지되다시피 해 당분간 큰 혼란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음식업 8조4900억원, 선물 관련 산업(소비재·유통업) 1조9700억원, 골프업 1조1000억원 등 연간 11조56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수요 위축에 따른 한우·인삼·화훼 등 농림축산물 생산액 감소 규모가 약 8193억원~956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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