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일주일

▲ [충청일보 임동빈기자] 4일 청주의 한 한정식 식당 앞에 일명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메뉴' 출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이 끌고 있다.

충북 고가외식업·화훼·골프장 등 발길 뚝
가격대 확 낮춘 '김영란 메뉴' 속속 등장
너도나도 "조심 또 조심"… 위반 신고 '0'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공직사회가 잔뜩 움츠러들면서 법 위반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외식·화훼·골프 등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역경제 침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년째 영업 중인 충북도청 인근의 한 한식전문점. 

점심시간이면 도청 직원과 인근 기관·단체 관계자 등 30~40명씩 손님이 몰려 북적거렸던 이 식당은 최근 심각한 영업 부진을 겪고 있다.

4일 점심에도 예약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하루 손님이 10명이 안됐다고 식당 주인은 토로했다.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공무원들이 외식 자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식당 주인은 "한 자리에서 오래 장사를 했지만 요즘처럼 손님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손님들이 몰릴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충북 청주시 봉명동의 한 일식전문점도 최근 매출이 70~80% 가까이 줄었다. 저녁이면 9개의 방에 손님이 대부분 찼지만 요즘은 1~2팀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고가의 식당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대를 낮추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산남동의 한 한정식집은 2만원·2만5000원의 일명 '김영란 메뉴'를 만들었다.

경조사비 상한선이 10만원으로 정해지면서 화훼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충북 청주의 주요 예식장·장례식장에 경조사용 화환을 납품해 온 한 꽃집은 토요일의 경우 예식장에서 평균 70~80개의 화환 주문이 들어왔지만 지난 1일에는 21개에 그쳤다.

이 꽃집 사장은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업체에서도 '부조금을 낮출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근조화환을 주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먼저 전화를 주셨다"며 "시행하자마자 이렇게 매출이 줄었으니 앞으로 청주시내 꽃집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골프장도 주말 예약률이 감소하면서 '부킹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말에 평균 80팀을 받던 충북 청주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지난 주말 50팀 안팎에 그쳤고,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도 지난 1~2일 예약률이 평소보다 10% 가량 줄었다.

이처럼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들이 너도나도 '몸 사리기'를 한 영향인지 시행 일주일이 되도록 충북경찰청과 충북도·교육청, 도내 11개 시·군에 법 위반 관련 신고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한 지자체 감사관실 관계자는 "기존에 공무원 행동강령 등을 준수해 온 것도 있고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더욱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특별히 위반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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