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바이러스 확산 우려, 방역도 차질
진천 3년전 두달만에 8만마리 매몰 악몽 솔솔
증평군에서도 의심신고 들어와

[충청일보 김동석·김병한·곽동윤기자]충북 진천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인근 충남 천안지역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는 등 점차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증평군에서는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진천에서는 한파까지 몰려오면서 3년 전 겨울 겪었던 구제역 사태가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처럼 다가오고 있다.
 

17일 진천군에 따르면 2011년 1월 5일 문백면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진천지역에서 사육하던 우제류(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동물)의 50%에 달하는 7만 9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당시도 맹추위가 이어진 가운데 2개월간 맹위를 떨치던 구제역은 겨울의 끝 자락인 2월 말에야 겨우 진정됐다.
 

올해 상황도 3년전과 비슷하다.
 

지난 3일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뒤 10여일 만인 이날까지 모두 7곳의 양돈농가에서 1만 3000여마리의 돼지를 땅에 묻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3년전 구제역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15일째인 이날 진천지역은 영하 11.2도까지 떨어졌다. 18일도 한파가 예보돼 있다.
 

축산농가들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는 기온이 낮으면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구제역이 겨울철에 집중되는 이유다.
 

더욱이 진천지역에 머물렀던 구제역이 인근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17일 충남 천안시 수신면의 한 농장에서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면서 100여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는 등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곳은 올 겨울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진천에서 불과 18km 가량 떨어진 거리다.
 

이날 증평군 증평읍 한 양돈농가에서 새끼 돼지 8마리가 죽고, 어미 돼지 1마리의 발톱에서 피가 나오는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가축위생연구소는 간이 검사 결과 구제역 양성이 나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이 농가는 돼지 800여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방역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량 등에 뿌린 소독액이 금방 얼어붙고, 소독 호스 등 방역 장비가 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루 12시간씩 이동통제초소와 거점소독소에 근무하면서 방역활동을 벌이는 공무원 등은 구제역뿐 아니라 한파와 싸우는 형편이다.
 

군 관계자는 "며칠째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차량에 뿌린 소독액이 금방 얼어붙는다"며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력이 약해지도록 기온이라도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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