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 간 유럽 연수 떠나
관광지 방문 위주 외유성
도의회 "위약금 때문" 해명
강원도는 복구 동참 '대조'
"도민 아픔 외면" 비난 쇄도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를 당한 충북이 '난리통'인 마당에 충북도의원들이 마치 남의 일인양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8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이 오는 27일까지 8박 9일간 프랑스, 로마 등 유럽연수를 위해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날은 멀리 강원도에서 자율방재단 50여 명이 직접 장비까지 챙겨와 청주에서 피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충북 곳곳에서는 5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청주시 미원면 옥화리 일대는 쑥대밭이 돼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이같은 엄중한 시기에 도민들의 대표라고 하는 충북도의원들은 예정된 연수라는 이유로 태연하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연수에는 충북도의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6명 중 위원장인 김학철 의원(한국·충주1)·박봉순 의원(한국·청주 8), 박한범 의원(한국·옥천1), 최병윤 의원(민주·음성1) 등 4명이 참여했다. 

이번 연수는 유럽의 문화·관광 산업 등을 벤치마킹한다는 취지로, 관광지와 문화유적 탐방을 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으로 떠난 도의원들은 연수 첫날 프랑스 파리에서 개선문과 로마시대 수로, 신시가지를 둘러보고 모나코 대성당, 성 로렌초 대성당, 피사의 사탑, 베니스 비엔날레 주 전시장 등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도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날인 17일에 충북도의회가 수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도의회는 "정부가 집중호우의 심각성을 인식해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복구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정부가 조속한 피해복구를 통해 도민들이 삶의 희망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이재민의 아픔을 달래 주고,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과 행동은 정반대였다. 수해 복구 참여는 고사하고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해외연수가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었고 만일 떠나지 않으면 상당액의 위약금을 물어야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도의원들의 망동에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선 한 주민은 "인명피해, 재산피해 등 호우로 인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큰 상황에 해외연수라는게 말이 되냐"며 "도대체 도민의 행복을 위해 도민을 대변해 일한다는 도의원들이 이렇게 도민의 아픔을 외면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재민 김모씨(34)는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지원물품으로 하루를 살고 있는데 지역을 보살펴야할 지방의원들이 해외 여행을 갔다는 게 정말 사실이냐"며 "앞으로 이런 의원들은 절대 정치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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