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마루'우리 국악에 '얼쑤' 함께 즐기니 '절쑤'

▲ 지난해 정기공연을 마친 소리마루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지난해 열린 정기공연 모습.

12년전 10명으로 창단… 현재 10개 동아리 80명 활동 <br>다양한 공연·봉사활동 활발… 단단한 결속력 자랑 <Br>청소년 사물놀이팀 창단 앞둬… "아이들에 즐거움 전파"

 

[충청일보 정현아 기자]매주 화요일 오후 8시.

충북 청주시 탑동 인근 거리가 구수한 우리 가락으로 가득 찬다.
 

'덩~기덕 쿵 더러러러' 신명나는 장구소리에 맞춰 대금과 소금 선율이 잇따르고, 이어 태평소 기교가 더해지면서 금새 역동적으로 변한 전통 음악이 귓가를 사로잡는다.
 

가로등 불빛 아래지나는 사람없이 적막하던 골목 구석구석에 애절한 우리 가락이, 때론 신명나는 국악 연주가 깊숙히 배인다.
 

지난 6일 오후 찾은 탑동 거리는 어김없이 우리가락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똑똑'
 

우리 리듬에 취한 듯 이끌려 연습실 문 앞에 섰다.

인기척이 들리자 연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충북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국악단체 실내악단 '소리마루'였다.

소리마루는 류재정 선생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2년 당시 개인적으로 국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몇몇 교사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 역시 개인적으로 대금이라는 악기를 배우고 있었죠. 나홀로 레슨을 받는 어려움과 공연에 대한 갈망이 우리들의 공통된 고민이자 관심거리였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함께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청주교사실내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했어요."
 

연주와 공연에 대한 교사들의 갈망은 컸다.
 

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돌자 여기저기서 연락이 빗발쳤다.
 

"상상 이상이었죠.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표현했고, 그렇게 소리마루가 구성됐어요. 그런데 문제는 단원들 모두 의욕만 앞설 뿐 기반이라고 부를 만한 토대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대부분 비전공 아마추어인데다, 수준도 각양각색이고 근무지 역시 산발적이어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어요"
 

그동안 상상만 하던 일을 실현하기까지 피부에 와 닿는 어려움이 많았다.

단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근근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체계적인 운영과 넘치는 수요를 감당 하기 힘들어 지자체의 지원사업에 기웃거려야 했다.
 

"안정된 수입이 있는 선생들이 지원사업까지 탐내냐"는 지역 예술단체의 따가운 눈총도 있었다.
 

"12년 동안 활동하면서 부정적이던 시선이 많이 바뀌었어요. 아마추어지만 열심히한다라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리구요."
 

10여명으로 시작된 소리마루는 어느새 10개 동아리 80여명이 활동하는 중견동아리로 성장했다.
 

가야금, 거문고, 피리, 해금, 대금, 소금, 모듬북, 사물놀이, 남도민요 등 10개 동아리로 구성된 소리마루가 12년간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단단한 결속력' 덕분이었다.
 

소리마루 김성기 고문은 그 결속력의 비밀은 '우리 가락의 힘'이라고 했다.
 

"10여년간 동아리를 이끌어 오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단원들 사이에 불화가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죠. 저희 동아리를 탈퇴한 회원도 손에 꼽히지 않을 정도예요. 특히 각 동아리 강사로 모시는 강사선생님도 단 한차례도 변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다보면 이런저런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글쎄요.  국악이라는 것에 빠진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건지, 아니면 우리 소리의 힘인건지 내부 갈등이 있던 적이 없어요."
 

초창기에는 연습할 공간이 없어 솔밭공원 청소년수련원 지하에서 학생 동아리 틈에 끼어 연습을 했다.

이어 창단에 도움을 준 퓨전 국악그룹 '실내악단 열두음(현 '나비야')과의 동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실내악단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꼬박 일년을 연습한 이들은 2003년 5월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소리마루 1회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그렇게 매년 정기공연을 열어 온 소리마루는 활동의 폭을 넓혀 나갔다.

초청 공연 뿐 아니라 봉사 음악회, 찾아가는 문화 활동 등 다양한 공연을 할 수록 소리마루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 인지도가 올라갈수록 동아리 내부에서는 동아리의 존재 의미,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단원들이 늘었다.
 

송호인 사무국장은 이러한 고민들이 소리마루를 한단계 성장시킨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정신없이 달려오던 그 당시 공연을 위한 연주기능향상에 가려있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전문 국악그룹과 같을 수도, 같아서도 안 된다는 것에 단원들은 동의했고, 2004년 '청주교사실내악단 소리마루'에서 '충북교사국악회 소리마루'로 이름을 바꿨어요. 소수의 뛰어난 연주자들의 실내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나누는 동아리의 특성을 살려 더욱 열린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교육적 지향을 담아 보기로 한 것이죠"
 

오는 4월 아마추어 청소년 사물놀이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소리마루는 전통 무용단 창단의 꿈도 꾸도 있다.

올해는 기존 10개 동아리에서 2개가 늘어 12개의 동아리를 운영해야 하는 소리마루 단원들은 더욱 활발히 움직일 계획이다.
 

특히 교사로 구성된 동아리인만큼, 교육사업을 본격적으로 펼 칠 예정이다.
 

"제일 먼저 청소년 사물놀이팀 구성을 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사물놀이를 배우던 학생들이 졸업을 하거나, 전학을 가게됐을때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친구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친구들이 마음껏 우리 소리를 배우고 즐길 수 있도록 품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저희 교사국악단체가 할 일 아닌가요?"

 

▨ 잊지못할 '우리들의 연주회'

 

①'열정가득' 창단 연주회
 

2003년 5월 열린 '소리마루 1회 정기연주회'.

단원들은 창단연주회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창단 연주회요? 하하. 그 연주회 하면 '제주도 합숙 연수'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죠.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60여명의 단원들이 7박 8일 동안 연수를 떠났어요. 그때는 동아리가 창단된지 1년도 채 안됐던 '풋풋한'시절이었죠. 단원들 모두 열정으로 똘똘뭉쳐 의욕이 넘쳤어요."
 

제주도까지 내려가서 진행된 연수는 말 그대로 '연수'였다.
 

합숙 장소는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보이는 해양관광고등학교였다.
 

"도망갈 곳도 물러날 곳도 없다는 생각으로 연습에만 몰두했어요. 그렇게 7박 8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는데, 생각해보니 관광은 커녕 재대로 된 구경조차 못하고 청주로 돌아가게 생겼더라구요. 다들 창문 너머 성산 일출봉을 눈으로만 감상하고 왔죠."
 

그렇게 관광도 접어두고  7일간의 독공을 마친 단원들은 꿈의 무대인 청주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 올랐다.
 

아마추어 동아리의 공연이지만 공연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찼다.
 

"첫 공연이니만큼 실수도 많이 했죠. 그래도 관객들의 힘찬 박수 소리와 환호성에 가능성과 용기를 얻었어요."

 

②'감동가득' 봉사 연주회
 

매일 꿈과 열정 가득한 학생들을 만나는 단원들에게 사회복지단체 봉사연주회는 또 다른 의미다.
 

소리마루는 지난 2006년부터 사회 복지재단 현양원, 성모꽃마을, 음성 꽃동네 등에서 봉사 연주회를 열고 있다.
 "봉사 연주를 다닌지 얼마 안됐을때의 일이예요. 죽음을 앞두고 요양을 하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성모꽃마을을 찾아갔어요.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음향, 악기 등을 싸들고 현관에 들어서자 신부님께서 곤란한 표정으로 저희들을 보시더라구요."
 

'아차!'싶었다.

준비해 간 음악보다는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너무 기쁘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은 곡'을 연주하기로 했다.

마당에 악기를 세팅하고 조심스럽게 장단을 시작했다.

'하나 둘' 시설 관계자들과 환자들이 마당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빼꼼 열려있던 창문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연주를 시작했는데, 환자분들이 박수를 치고 장단에 맞춰 춤을 추시더라구요. 단원들을 쳐다보니 다들 감동한 눈빛이었어요. 신부님을 쳐다보니 신부님께서 활짝 웃으시길래, 신명나는 우리 소리부터 구슬픈 장단까지 연주해 드렸어요. 앞으로도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 즐거운 가락을 선물해 주고 싶어요.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