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대통령 방문에 특수 누리다 된서리
"손님 항의 때문" 기념사진도 대부분 떼어

▲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방문 사진이 있던 청주삼겹살거리 점포 벽면 자리에 다른 액자가 걸려 있다.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어떤 손님은 펄쩍 뛰면서 항의하는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손님 말 들어야지. 별 수 있나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서문시장 내 삼겹살거리 상인 A씨는 얼마 전 식당 안에 걸려있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모두 떼어냈다. 지난 2014년 7월 박 대통령이 직접 삼겹살거리를 찾아 상인들을 격려한 뒤 함께 촬영한 기념사진이었다.

한동안 '가보'처럼 애지중지했던 사진을 떼어내야만 했던 A씨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 등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5%대까지 떨어지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 뿐 아니라 서민들이 주로 찾는 시장 골목까지 싸늘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청주삼겹살거리는 지난 2014년 박 대통령 방문 뒤 그야말로 '대통령 특수'를 누렸던 곳이다. 상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통령 사진을 점포 안에 걸어놓고 홍보에 나섰다. 시장 골목에도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대통령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주 삼겹살거리는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통령이 직접 삼겹살을 시식했던 식당은 매출이 2배 이상 오를 정도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른 현재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대통령이 인정한 맛집"이라며 찾아오는 손님은커녕 그나마 오던 단골들마저 '대통령 마케팅'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삼겹살거리 상인 A씨는 "얼마 전 한 손님이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대통령 사진을 걸어놓느냐'며 항의를 해 황당했다"며 "처음엔 참 오지랖이 넓은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이후에도 적지 않은 손님들이 지적을 해 어쩔 수 없이 대통령 사진을 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겹살거리 점포마다 흔하게 볼 수 있던 대통령 사진은 7일 현재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사진이 걸려있던 자리는 흔한 그림액자 등으로 대치됐다.

일부 손님은 대통령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금세 목소리를 높였다.

한 손님은 "지금 TV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울화통이 터지는데 식사하러 와서까지 대통령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매출 하락으로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삼겹살거리 상인들은 이번 사태가 더 큰 악재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마케팅'까지 통하지 않게 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더 줄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상인 B씨는 "그래도 삼겹살거리 상인들은 대통령이 오신 덕분에 한동안 매출 상승효과를 봤는데, 요즘은 편들기도 눈치가 보인다"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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