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4년 14일 만에 사저 복귀
"대통령 소명 마무리 못 해 죄송"

▲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헌정 사상 첫 탄핵으로 해임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6시 30분쯤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귀가했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18대 대통령에 취임해 청와대에 들어온 지 4년 14일 만에 살던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날 청와대 정문 앞을 비롯한 이동 경로에는 신문·방송 보도진들이 헬기까지 동원해 떠나는 대통령의 모습을 취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출발해 광화문과 남산 3호 터널, 반포대교 등을 거쳐 사저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13일 오전에 삼성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는데 삼성동 사저의 수리와 도배가 완료돼 갑자기 출발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대다수 국민들이 탄핵 직후 청와대를 떠났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을 제기한 것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전격적으로 이동하게 된 이유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는 며칠 전부터 청와대 관계자들이 점검했다.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고장난 보일러를 고치고, 경호팀들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이사 준비를 하고, 일부 이삿짐들을 옮겨왔다.
 
삼성동 사저에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허태열·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이 미리 도착해 박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출발 직전 참모 및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마지막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지지자들 800여명(경찰추산)이 몰려와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사저 앞에서 합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 및 주민들과 잠시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 정치권과 촛불 시위대 측이 요구한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선언은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무슨 메시지를 낼 수 있겠느냐" 며 반발하기도 했고 일부 참모는 "조용히 삼성동으로 가는 것 자체가 승복 메시지"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에서 기각을 확신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모들과 변호인들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아 더욱 기각을 기대했으나, 막상 탄핵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날 오후 7시 37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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