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용주 선문대 교수] 개벽(開闢)이라 함은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린다는 뜻이니, 세상이 시작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하늘 문이 열리던 태고(太古)의 정적을 갈라놓은 것은 아마도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여명에 맞추어 뿜어낸 힘 찬 닭의 울음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2017년은 정유년, 닭의 해이다. 계명(鷄鳴)은 암흑을 가르고 광명(光明)을 불러냄이니 혼돈과 무질서를 깨뜨리고 묵은 때를 말끔하게 벗겨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참으로 좋은 시점이겠다. 2016년은 병신년(丙申年)이라는 이름 탓이었는지 OECD에서 1위를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7.01.03 17:29
-
[안용주 선문대 교수] '착한 사람이 되렴', '훌륭한 사람이 되렴', '착한 사람/못된 사람, 좋은 사람/나쁜 사람' 세상은 이렇게 늘 2분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선(善)과 악(惡), 내편과 네편, 진보(進步)와 보수(保守), 호남(湖南)과 영남(嶺南) 등으로 패싸움을 하고 편가르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뼈 속까지 난 너희와 다르다'고 세상과 단절하고, 국민보다는 나와 내편만을 위해 철저하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용한 대통령을 향해 삼척동자부터 자갈치 시장의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12.06 16:07
-
[안용주 선문대 교수] 정치가(政治家)는 정치를 맡아서 하는 사람 또는 정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가리키고, 정치인(政治人)은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조정하여 사회를 유지, 보존시키는 일을 맡아서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정치꾼이라고 하면 그 의미가 매우 부정적으로 변한다. 접미사 [-꾼]이 붙게 되면, '협잡으로 정치하는 놈' 혹은 '협잡꾼'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럼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주권자가, 영토·인민을 통치하는 것", "한 사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11.08 16:25
-
[안용주 선문대 교수] '여가'는 남을 여(餘), 겨를 가(暇)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겨를'이란 다른 말에 붙어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의존명사에 해당하는 말로,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 따위를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나타내는 말이다. "숨 돌릴 겨를도 없다"는 쓰임이다. 학문적으로는 '개인이 가정, 노동 및 기타 사회적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휴식, 기분전환, 자기계발 및 사회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활동하는 시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10.11 11:38
-
[안용주 선문대 교수] 대선을 앞두고 잠룡으로 항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용트림을 하고 있다. 세간이 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헤아릴 수 없는 말과 글이 날줄과 씨줄로 촘촘한 그물코처럼 얽혀져 빚어내는 세상에서 가슴 한 구석에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봄 안개처럼 전율을 느끼게 하는 몇 마디 말에 가슴 뛰는 경우가 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逢佛殺佛)',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들은 금과옥조 같은 인생의 불멸의 진리로 사람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09.06 16:45
-
[안용주 선문대 교수] 블룸버그와 중국해외여행연구소(COTRI)의 통계에 따르면, 유커(遊客·중국관광객) 가운데 개인 자유 여행객(Free/Foreign Independent Tour, FIT)이 한국보다 일본을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JNTO(Japan National Tourism Organization)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외래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1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인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31%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같은 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 수는 1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08.09 15:39
-
[안용주 선문대 교수] 미토스(mythos)라는 희랍어는 신화 정도로 번역이 되지만 어떤 문화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신앙체계 또는 '가치관'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가치관 또한 우리에게는 외래어의 일종이다. 가(價)는 값, 가격, 값어치, 명성, 평판이며 형용사로서 값있다, 값지다는 의미를 갖는다. 치(値)는 값, 값어치, 가격이며 동사로서 걸맞다, 가지다, 지니다, ~할 만하다의 뜻이 있다. 관(觀)은 동사로서 보다, 보이게 하다, 보게하다, 나타내다의 뜻이다. 가치관이란 결국 '무엇에 중심을 두고 가치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07.12 11:51
-
[안용주 선문대 교수] 19세기 독일의 시인, 음악가, 문화비평가, 심리학자, 미학자, 철학자이며 특유의 공격적 비판으로 '신은 죽었다'고 한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현대철학의 근간을 이룬 니체(1844-1900)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라고 외쳤다. 이를 인용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1919년에 설립된 ILO(국제노동기구)는 같은 해 워싱턴에서 '공업부문 사업장의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06.14 16:47
-
[안용주 선문대 교수] 한국인에게 '놀다, 놀이'는, 사람의 행위 가운데 한갓 뒹구는 짓거리로 여기거나 부정적인 어감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놀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여기다', '어떤 일을 하다가 일정한 동안을 쉬다', '일정하게 하는 일없이 지내다'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진다. '놀이'라 함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 또는 그런 활동', '굿, 풍물, 인형극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05.17 13:56
-
[안용주 선문대 교수] '레저(leisure)'란 '여가' 또는 '자유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영어에서는 구속활동이외(non-compulsary activities)의 시간을 가리킨다. 19세기 산업혁명으로 인해 단순작업을 기계가 대치함로써 일반 노동자는 일주일에 20여 시간이나 노동시간이 단축 되었고, 노동시간에 구속받지 않고 스포츠 이벤트나 문화활동 등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일본의 여가개발센터의 정의를 빌리면 여가는 "인간의 다양한 생활 가운데 자유재량에 의해 뒷받침된 모든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6.04.19 13:34
-
[안용주 선문대 교수] 37분에 한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10년이 넘도록 OECD 회원국 최대의 자살률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의 현주소다. 10대 청소년의 자살율과 특히 70대는 10만 명 당 91.7명, 80대 이상은 138.1명으로 노인 자살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잘 먹고 잘 사는 그래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 삶의 궁극이었지만, 그 산업화를 이룩한 세대가 가고 있는 길은 더 이상 경제적 효용성이 없는 가치없는 존재로의 전락이 가져오는 자괴감과 극단적 선택을 종용하는 사회의 암묵적 강요가 만들어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12.22 19:45
-
[제공=안용주 선문대 교수] '회상(回想)'이라는 단어는 웃음과 슬픔이 동시에 존재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든 파리테러에서는 132명의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자매들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한 마디 작별도 고하지 못한 채 진한 그리움을 남긴 빈자리를 만들고 떠나갔다.떠올리기조차 끔찍한 14년 전의 뉴욕에서는 3500여 명의 고귀한 목숨이 애절한 몇 마디 사연을 남기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의도치 않게 떠나야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테러로 인해 떠나간 사람 그리고
세상을보며
제공=안용주 선문대 교수
2015.11.24 19:43
-
[안용주 선문대 교수] '커뮤니케이션' 수업시간에 다양한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행동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학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7%정도의 말과 93%의 비언어 행동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고 말한다.커뮤니케이션이란 두 사람 이상의 사이에서 일정 사인이나 기호(언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행동을 가리키는데, 이중 구두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뮤니케이션 전체의 10%미만이라는 사실이다.의사전달과 감정을 전달하는데 언어, 문자보다 시각이나 청각에 호소하는 몸짓, 표정, 목소리의 톤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10.27 20:23
-
[윤건영 청주교대 교수]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었다. 법이 제정되면 예외없이 나타나는 입법 배경이나 법 자체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법과 제도에 편승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면서 법집행 과정의 역기능에 대한 지적도 많다.인성교육은 올해 내에 국가와 지방 정부에서 제반 계획이 발표되고 본격적으로 내년부터 추진된다.그런데 인성교육진흥법은 지나치게 그 목적이나 대상이 공교육과 청소년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간과할 수 없다.법 제정 목적에 적합한 정책과 방안이 마련돼 큰 성과가 이뤄지길
세상을보며
윤건영 청주교대 교수
2015.10.13 19:36
-
[안용주 선문대 교수] 여름의 자리를 꿰찬 가을은 개선장군인 양 형형색색으로 치장을 하고 기상나팔을 불어제치며 승리의 행진곡을 연주한다. 개선문을 통과했던 영웅의 자리는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한 것이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유린하고 꿰찬 자리며 여의도를 가득 메운 마천루는 누군가의 형제, 자매, 가족의 눈물을 터전으로 쌓아 올린 바벨탑일 것이다. 한 영웅을 위해 누군가는 고아가 되고, 누군가는 남편과 아내를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노예가 된다. 누군가의 목숨과 바꾼 영웅의 자리는 과연 행복할까?교육은 왜 필요한가? 유엔미래보고서 2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09.29 19:57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 일요일 우연히 튼 TV에서 영화 '유브 갓 메일'(1998)이 하고 있었다. 주인공 조 팍스와 캐슬린 켈리가 이메일과 채팅을 하는 놀랍도록 두꺼운 초창기 노트북을 보니 새삼 신기해 보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이메일을 소통하는 두 남녀가 사실은 뉴욕 골목 '길모퉁이서점' 여주인과 길 건너편에 새로 들어올 대형할인 서점 '팍스북스' 사장이었다.조의 대형서점으로 인해 서점 문을 닫게 된 캐슬린은 그와 원수처럼 지내게 되는데, 캐슬린이 자신의 메일 상대임을 먼저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09.15 20:37
-
[안용주 선문대 교수] 1914년 7월 28일에 발발해서 1918년 11월 11일에 끝난 제1차 세계대전은 군인 9백만명 이상 그리고 7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1920년대 대한제국(일제강점기)의 인구가 1700만명 정도로 추정되므로 한 국가의 인구가 몰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 8월 4일에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참전한다. 이를 통해 일본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중국정부로부터 여순(旅順), 대련(大連)의 조차(租借) 기간 연장과 만주철도의 조차기간 연장을 얻어낸다.1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09.01 17:50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일루셔니스트'(2011)는 실뱅 쇼메가 프랑스 감독 자크 타티에 오마주로 바친 애니메이션이다.주인공인 가난한 떠돌이 마술사 타티셰프는 자크 타티 감독을 떠올린다.바바리에 우산을 들고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며 껑충하게 걷다가 불쑥 멈추곤 하는 마술사의 모습에 윌로 씨라는 캐릭터로 자신의 영화에 등장한 타티 특유의 과장된 몸짓과 코믹한 풍모를 고스란히 씌워놓았다.작품 속 단 한 번 스치듯 지나는 영화관 장면의 자크 타티 실사도 그에 대한 은근한 오마주다. 타티셰프는 스코틀랜드 한 마을에서 선보인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08.18 20:10
-
[윤건영 충북교총회장·청주교대 교수]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인사동 거리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가족들의 일정을 고려해서 역발상으로 여름방학 가족 여행지를 서울로 잡았던 것이다. 인사동 거리를 몇 시간 관람하면서 전에는 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들이 뇌리에 남았다.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 한 이유는 그동안 외국 여행을 하면서 인사동 문화를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전에 인사동에 몇 번 와서 식당과 상점을 들렀던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외국 여행 경험이 없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08.11 20:03
-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던 사람들 특히 사회질서가 잘 정립돼 있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오랜 생활을 했던 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걸리는 병이 있다.일명 선진국병이라는 것이다.이와는 반대로 자신이 생활하고 익숙했던 환경보다 사회질서가 미진한 국가에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과 무질서함을 보며 느끼는 후진국병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15년 전에 한 일본인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그는 이 책에서 '경제는 1만달러, 의식은 100 달러'라는 키워드를 던졌다.3만달
세상을보며
충청일보
2015.07.28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