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동수사선 현 남편 과실치사에 치중
전 남편 사건 이후에야 고씨 용의선상 비중 둬
"당시 아들 사망원인 규명 부실 등 수사에 한계"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경찰이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의 피의자로 고씨를 지목한 가운데 초기 수사에 혼선을 빚으며 수사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이 사건 발생당시부터 고씨를 용의자를 특정하고 신속하게 강제 수사를 진행했다면 이후 제주도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해사건'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30일 의붓아들 A군(5)이 잠을 자는 사이 몸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고씨를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충북경찰은 앞서 지난 3월 발생한 A군 사망사건을 두고 고씨의 타살과 현 남편 B씨(37)의 과실치사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현장엔 고유정과 숨진 A군과 한방에서 잤다는 B씨 단 둘뿐이었고, 인근 CCTV에는 외부 침입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경찰이 두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린 판단 근거다.

다만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2일부터 6월 1일 고유정이 전 남편 살해혐의로 청주에서 긴급체포된 이후 7월 말까지도 B씨의 과실치사에 비중을 높게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말 B씨의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함께 앞서 고씨가 지난해 11월 처방받은 약의 일부가 해당 수면유도제 성분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A군이 숨지기 전 고씨가 '질식사' 등의 내용을 인터넷으로 본 정황, A군이 숨진 당일 새벽 깨어있었던 사실도 확인했다.

고씨는 사건 당일 오전 휴대전화로 제주행 비행기표를 예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후 6개월 간의 수사자료와 더불어 전문가·프로파일러의 자문 등을 모두 거친 뒤 뒤늦게 고씨로 최종결론을 냈다.

B씨의 법률대리인은 "경찰이 수사 초기 B씨와 고유정을 용의자로서 동일선상에 두고 면밀히 수사에 착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고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구체적인 수사를 진행했다면 전 남편 살해를 막는 등 단 한 명의 피해자로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 등에 경찰은 당시 상황에서 강제적 수사를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5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의 사망원인으로 기계적 질식사로 인한 추정'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국과수는 기계적 질식에 '압착성 질식'과 '자세성 질식'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압착성 질식'이라면 A군의 사망에 살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이고, '자세성 질식'은 과실로 인한 사망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런 부검결과에 법의학자와 의료전문가에게 다수의 자문을 구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에 수사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고씨의 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직접·정황증거가 부족해, 초기 강제수사로 전환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또 고씨가 '전 남편 살해'로 구속되면서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가 계속 미뤄진 부분도  수사지연의 큰 요인으로 차지했다.

경찰관계자는 "해당 사건(의붓아들 사망사건) 수사가 강제적으로 신속히 진행됐다면 '전 남편 살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에 대해선 일부 이해된다"며 "그러나 그 당시 상황(증거 등)과 진행되던 과정을 봤을 땐 당시 경찰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