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탕에 있다. 숨 못 쉬어
우리 죽는다" 절박함 알렸지만
상황실 "빨리 대피하라" 반복
신고 38분 뒤에야 2층 진입 시도
상황실-구조대 소통문제 드러나
[제천=충청일보 박장규기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2층에서 구조요청이 잇따랐지만 신속한 구조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로 119상황실과 현장 구조대가 교신 혼선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제천 화재 당시 119신고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후인 21일 오후 3시53분 첫 신고 후 6분이 지난 59분쯤 A씨는 119에 전화해 "2층에 10명 정도가 갇혀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2층 사우나에 불이 났으니 빨리 오라"고 요청했지만, 상황실 직원은 "빨리 대피하라"는 말만 6차례 반복했다. 두 차례에 걸쳐 "2층 여탕에 있다. 숨 못 쉬어 우리 죽어"라고 절박한 상황을 알렸지만, 상황실 직원은 "여탕은 지하에 있어요? 몇 층에 있어요 지금?"이라고 되물었다.
첫 번째 구조대 4명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A씨의 신고 전화가 끊긴 뒤 7분이 지난 오후 4시6분이다.
그러나 구조대는 건물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1명을 에어매트로 구조하고는 구조 요청이 쇄도한 2층이 아니라 아무도 없던 지하 수색에 나섰다.
119상황실과 현장 구조대가 긴밀하게 교신했더라면 당연히 2층 진입에 집중해야 했으나, 황당하게도 2층에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지 못했다는 게 구조대장의 얘기다. 구조대장은 "무전기가 안 된 건지, 못 들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2층 구조와 관련된 무전을 받지 못했다"며 "2층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면 당연히 그리로 향했을 것이지만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구조 매뉴얼에 따라 완전히 고립될 수 있는 지하를 우선 수색지역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119상황실은 A씨와 통화하던 중간에도 현장 구조대에 "빨리 2층으로. 여자, 여자, 2층"이라고 무전을 보냈다.
그러나 현장에서 아무 응답이 없었고, 다급해진 상황실은 오후 4시4분쯤 부대장 역할을 하는 화재조사관에게 전화해 2층 상황을 알렸다. 이런 혼선 속에 현장 구조대가 2층 진입을 시도한 시간은 한참 뒤인 오후 4시37분이었다.
구조대장은 "구조대원 산소통을 보충하려고 지하에서 올라왔을 때 소방서장으로부터 2층 진입 지시를 처음 받아 사다리를 설치하는 등 2층 구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우선 교신장비인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의문으로 떠올랐다. 제천소방서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무전 신호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이 많아 평소에도 무전기가 먹통일 때가 많다는 말이 나온다. 또 화재 현장 정보를 빨리 입수해 현장 대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지휘부조차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따른다.
2층 여자 사우나에 고립됐던 20명은 결국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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